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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공포 상황은 을사년(乙巳年)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공포가 시장을 둘러싼 상황에도 웃는 이들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옥석 가리기와 함께 정교한 투자 전략이 요구되는 요즘, 매경이코노미 선정 2024년 베스트 애널리스트 23인이 꼽은 2025년 상반기 유망 종목은 무엇일까.
황금기 진입한 조선업 주목
업황 좋고 글로벌 경쟁력 갖춰
우선 눈여겨볼 섹터는 단연 조선업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데다 일감까지 몰린다. 실적만 봐도 좋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모두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가 예상된다. 조선 3사가 함께 연간 흑자를 낸 건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HD한국조선해양의 2024년 영업이익을 1조4207억원으로 내다봤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도 각각 1567억원, 4747억원이다.
호황은 202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핵심은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선이다. LNG선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여기에 부합하는 게 한국 조선사다.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만큼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LNG선뿐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선박 보수·수리·정비(MRO) 사업 전망도 밝다.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공언한 이후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도 2024년 7월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을 체결해 향후 5년간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 3사 중에서도 HD한국조선해양을 주목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앞서 수주한 물량을 바탕으로 큰 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미국 내 조선소 인수 등 투자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내 조선소 매물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과 달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후장대 분야도 있다. 다만 그중에서도 투자할 종목은 있다는 게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의 판단이다. 철강·비철금속 부문에서는 세아베스틸지주가 톱픽으로 꼽힌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환경에서는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원가 경쟁력보다 품질 중심의 제조 경쟁력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며 “우주항공과 원전 분야에서 소재 제조 경쟁력을 보유한 세아베스틸지주 매력이 점차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끌시끌한 건설 부문에서는 DL이앤씨가 눈길을 끈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유 중인 순현금 규모만 1조원에 달하고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미국 기술사인 엑스에너지를 통해 소형원자로 사업(SMR)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조언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로 4만5000원을 제시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주목받는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쟁사들이 중국 업체 성장으로 중국 시장 내 점유율 잠식을 겪는 것과 달리 현대차, 기아는 중국 판매 비중이 낮아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2025년은 주주환원 정책이 작동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고 낮아진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주주에 환원되는 수익은 현재 시가 대비 매우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겨울? 기대감 여전해
관세 걱정 없는 엔터·게임 눈길
2024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섹터는 2025년에도 주목할 섹터로 꼽힌다. 여전히 빅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설비투자가 지속되고, 이 과정에서 AI 가속기 필수재로 꼽히는 HBM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SK하이닉스를 톱픽으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SK하이닉스는 HBM3E 출하 증가로 D램 중 HBM 매출 비중이 분기별 42~44%, 이익 비중이 50%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요인으로는 HBM3E 12단 공급 물량 확대와 HBM4 조기 공급을 통한 추가적인 실적 개선 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때 반도체와 함께 한국 증시를 이끌었던 2차전지는 2024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2025년 역시 상황이 좋진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선이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종목은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LG에너지솔루션을 꼽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큰 폭 하락해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라며 “업황이 크게 반등한 것은 아니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상승 여력이 생겼다고 판단한다. 최대 고객사인 테슬라의 2025년 차량 인도 대수 성장 재개 가능성과 미국·유럽의 배터리 공급망 탈중국 기조 강화 역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는 39만5000원이다.
비제조업 부문에선 엔터테인먼트가 관심을 끈다. 트럼프 2기 출범 시 우려되는 관세 폭탄 영향권과 연관이 없는 데다 실적 개선 기대감도 상당하다. 기대 배경에는 주요 아티스트 복귀가 있다. 하이브의 방탄소년단(BTS)이 대표적이다. 멤버 중 가장 늦게 입대한 지민과 정국이 전역하는 2025년 6월 이후로는 BTS 완전체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하이브를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과거 동방신기와 빅뱅의 경우 제대 전후로 각각 저점 대비 약 40%, 8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어도어 이슈 등으로 주가가 저평가 국면을 거쳤기에 BTS 완전체 컴백 이후 비슷한 흐름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게임 부문도 주목할 섹터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시프트업을 주목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2025년 2분기 예정된 모바일 슈팅 게임 ‘니케’의 중국 서비스 시작과 모바일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스텔라 블레이드’의 PC 확장으로 강력한 주가 모멘텀을 예상한다”며 “글로벌에서 증명한 콘솔 게임 개발력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멀티플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게임사”라고 높게 평가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시프트업 목표주가를 9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AI 수혜가 예상되는 소프트웨어 업체도 이목을 끈다. 스몰캡 부문 베스트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I 솔루션 등을 다루는 더존비즈온을 제시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팔란티어나 오라클 등 AI 소프트웨어 업체가 주목받는데, 국내 AI 소프트웨어 대표 업체인 더존비즈온도 본격적인 우상향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5년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점도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2025년 주식 투자는 어느 때보다 옥석 가리기와 함께 정교한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 사진은 지난 1월 2일 한국거래소 여의도 서울 사옥에서 열린 ‘2025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고환율 시대 주목할 수출주
기저 부담 낮아진 내수주
바야흐로 ‘고환율의 시대’다. 원·달러 환율은 1월 8일 기준 1450원대다. 최근 소폭 회복됐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 1500원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다만 고환율이 일부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 주목받는다.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 경우, 수출 기업은 달러로 벌어들인 이익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영업이익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중에서도 수출 기업이 다수 포함된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종목은 실리콘투다. 국산 화장품을 매입해 해외에 파는 실리콘투의 유통 구조상 환율 상승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은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실리콘투를 최선호주로 꼽으며 “미국에 이어 유럽과 중동까지 유통망을 확보하고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K뷰티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주도하는 업체”라고 설명했다.
아디다스의 생산 파트너로 잘 알려진 화승엔터프라이즈도 눈길을 끈다. 신발 제조사개발생산(ODM) 기업인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아디다스 신발 생산을 책임진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아디다스 내 신발 제조 점유율은 21%다. 아디다스 ODM 기업 중 2위에 해당한다. 특히 패션 ODM 기업은 주문과 제품 출하 사이 시차가 존재한다. 원부자재 구입 당시 환율보다 제품 출하 시기 환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혜택을 볼 수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업종 내 유일한 성장주”라며 “지난해 아디다스의 신제품 출시로 생산량이 늘어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 사업에서 수출 성장 곡선을 그려가고 있는 KT&G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이다. KT&G의 담배 수출은 지난 2018~2019년 부진을 겪었으나, 2020년 중동 유통업체 알로코자이와 재계약 타결 이후 장기 우상향 추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해외 담배 매출 4197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실적을 기록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고환율 환경 속 담배 수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주력 시장인 중동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서 호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수출 건수가 늘고 있는 바이오 업종에서는 알테오젠이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미국 머크, 스위스 산도즈, 일본 다이이찌산쿄 등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이오 플랫폼 기업 알테오젠은 올해 다수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추가로 체결할 전망이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알테오젠은 현재 7개 대형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가가 3배 이상 상승한 가운데, 올해도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엄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알테오젠의 목표주가는 73만원이다.
고환율 수혜주는 아니지만, 환율이 사업 성과와 직결되는 에쓰오일(S-Oil)도 관심을 받는다. 에쓰오일은 석유와 가스 등 전통 에너지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글로벌 정유 업황의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이 캐나다 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캐나다 원유가 아시아로 더 많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에쓰오일의 원가 부담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기저 부담이 줄어든 내수주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인공은 BGF리테일이다. 지난해 수익성 악화로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지만, 올해는 영업이익 증가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실적 회복에 따른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편의점 산업 내 시장점유율이 상승한 부분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따박따박 ‘배당주’ 제격
통신·금융주 관심 가져야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안정적으로 현금을 안겨주는 배당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표 배당주로 꼽히는 통신주와 금융주에 이목이 쏠린다.
통신 업종에서는 KT가 전문가 선택을 받았다. 매경이코노미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정보통신서비스 부문 공동 1위로 꼽힌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와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모두 추천 종목으로 KT를 꼽았다. 올해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배당도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성숙기에 진입한 통신업보다 비통신 사업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합산 영업이익이 높아진 연결 자회사들이 KT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올해 KT의 이익이 급증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배당성장률도 5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주 중에서는 하나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유망 투자처로 거론된다. 하나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모두 업종 내에서도 최근 주가 부진이 두드러지는 종목이다. 그만큼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에서는 수혜가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업 선도주로 꼽힌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타 은행 대비 다소 부진한 상황”이라며 “환율이 내려갈 경우 업종 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환율 상승에도 자본비율 관리를 통해 주주환원율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증권·보험 부문 베스트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금융지주의 현재 주가 수준은 과도한 저평가 구간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통신주와 금융주 외에도 LG와 한국전력 역시 매력적인 배당주로 평가받는다. 두 종목 모두 안정적인 실적에 배당 매력도 크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를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 가치 제고 의지를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부문 베스트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전력을 추천하며 “지난해 이익 정상화에 힘입어 올해 배당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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