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정윤경 기자·이강산 백진우 동경민 인턴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인용을 선고한 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 탄핵에 찬성한 시민들이 헌재의 파면 선고에 환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4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여성대출조건 이 한 마디에 희비가 엇갈렸다. '피고인 윤석열'의 파면을 염원했던 헌법재판소 일대는 환호성으로, '대통령 윤석열'의 귀환을 바랐던 관저 앞은 곡소리로 가득 찼다. 탄핵 찬반 세력은 각자의 광장에서 환희와 울분을 쏟아냈을 뿐, 우려했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불복'을 예고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 국민주택기금 융자금 황이다.
4일 오전 11시22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어 내렸다. 그러자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이 승리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12·3 비상계엄 이후 줄곧 탄핵을 촉구해온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 참가자(경찰 자동차 현금구매 비공식 추산 1만 명)들이었다. 이들은 오전 11시부터 헌재 인근 안국역 6번 출구에서 탄핵 선고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일부는 전날부터 이곳에서 밤을 새웠다.
파면 선고가 나자마자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를 틀고 춤을 췄다. 스피커에선 가수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중도상환수수료 . 참가자들은 30여 분 동안 노래를 따라 불렀다. 헌재 앞은 마치 축제 현장을 방불케 했다.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기분이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남편·아들과 함께 왔다는 김나영씨(42)는 "모든 것이 기적처럼 제자리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했다. 이슬씨(22)는 "비상계엄 프로젝트파이낸싱효과 직후에는 대다수 국민이 '계엄은 비상식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탄핵 선고가 지연되는 동안 좌우 문제로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 답답했다"면서도 "혹시 파면이 안 될까 봐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 후련하다"고 말했다.
기성세대 참가자들은 아이들에게 상식적인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이제 아이들에게 체면이 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비상행동은 성명을 내고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은 수많은 시민의 희생과 민주항쟁으로 일궈온 헌법과 민주주의의 힘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과 내란 세력이 위협한 헌정질서의 허점을 보완하고 내란의 재발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상행동은 정오에 맞춰 참가자들을 이끌고 경복궁역 방향으로 행진했다. 20여 분간 행진이 이어지는 동안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민주주의 만세" "수고했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축제 분위기는 이날 저녁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7시경 시청역 인근에서 '민주정부 건설 내란세력 청산 촛불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나오자 분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헌재 선고에 "아니야" 절규 쏟아낸 尹지지자들
같은 시간 '환희의 장'으로부터 5㎞ 떨어진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는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에서는 국민변호인단 소속 5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윤 전 대통령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면 선고가 나오자 일부는 주저앉아 오열했다. "대통령을 잃고 어떻게 살아" "우리나라 어떡해" "이럴 수는 없잖아"라며 땅을 쳤다.
앞서 이들은 헌재의 선고요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니야"라며 얼굴을 감쌌다. '피청구인은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을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는 헌재의 판단에 "아니라고"라며 고성을 질렀다. '피청구인이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헌재가 인정하자 문 대행을 향해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국민변호인단 측은 "청년들은 대한민국을 부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박근혜 때도 버텼다. 분노를 한곳으로 모아 대한민국을 바꾸자. 좌절하지 말자"며 참가자들을 달랬다. 그러면서 "창당이든 건국이든 어떤 방식이든 좋으니 윤석열이 새로운 우파 진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몇 년이 걸리든 대통령님을 돕자"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이 '조기 대선'을 언급하자 분위기는 한순간에 격앙됐다. 한쪽은 "우리는 윤석열 아니면 필요없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새로운 보수 대통령을 만들자"며 맞섰다. 한 여성 지지자가 "왜 이렇게밖에 못했느냐"며 변호인단 관계자를 손으로 밀치다 제지를 받고 밖으로 끌려나가기도 했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기다렸던 이들(경찰 비공식 추산 1만6000명)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전광훈씨가 이끄는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가 주최한 집회의 참가자들이었다. 일부는 선고 요지를 듣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왜 퇴장하는가'라는 질문에 "아이고, 듣기 싫어요"라며 손사레를 쳤다.
2022년부터 전씨를 따라 매주 주말 집회에 참가했다는 유호순씨(58)는 재판관들을 향해 분풀이를 했다. 유씨는 "재판관들이 공산당 물이 들어서 공산당 짓을 하는 것"이라면서 "8명이 만장일치라고 한 건 문형배의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지지자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자 진행자가 "폭력 행사를 하면 안 된다"고 달래기도 했다. 이어 "폭력이나 이런 건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자, 일단은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시고"라고 말했다.
국민변호인단은 헌재의 탄핵 기각을 기대하면서 '직무복귀 환영 퍼레이드'를 준비했지만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20대 여성이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훔치자 김아무개씨(72)는 그를 달랬다. 김씨는 "울지 마, 잘했어"라면서 "오늘 맛있는 거 먹어서 힘을 내자"라고 독려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입장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시민불복종 투쟁' 꿈틀?…"헌재 박살 내자"
다행히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처럼 헌재를 향한 공격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극렬 지지자들이 '불복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고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통일당은 '시민불복종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단체는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 시간 이후로 헌재의 부당한 판결에 맞서 시민불복종 투쟁을 전개해 더 강한 연대와 국민적 통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통령국민변호인단도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의 선고에 좌절하지 않고 국민들과 함께 제2의 건국을 위한 싸움을 계속해나가겠다"고 했다.
이 같은 불복 움직임은 집회 현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유씨는 "이제 법원 앞에 가서 싸워야지"라고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격분한 한 지지자는 "여러분, 헌재와 여의도 국회를 박살 내러 가자"고 했다. 황아무개씨(63)는 "좌파들은 잡히면 죽는다"며 "밟아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한 중년 남성은 물리력을 행사하려는 듯 "까불면 찌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운영자인 신혜식씨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국회의원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민저항권 발동"이라고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파면했다. 반대 의견을 남긴 재판관은 없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