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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도움이 그 무척이나 마음을 불쾌함을 『똑똑』한강 작가가 2024년 10월, 국내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자 많은 독자들이 환호했는데요. 그 열기가 다른 국내 작가들에게도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기자들이 직접 '2025년 내가 응원하는 작가'를 써봤습니다. <편집자말>[최서정 기자]
요즘 나는 '망한 인생'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뉴스에 나오는, 비상계엄 이후 무너져가는 민주주의부터 가계 빚에 허덕이다 끝내 문을 닫는 자영업자, 취업난과 빚더미 속에 차라리 "죽고 싶다"는 청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례를 보면서 말이다.
이 와중에 가상자산이나 부동산 흐름에 발 빠르게 올라타 부를 거머쥔 사람들의 성공담은, 그 반대 급부에 놓인 사람들의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흔히 국가도 개인 새마을금고 공인인증서 도 흥망성쇠를 겪는다는데, 망하고 또 망하는 반복 속에 갇힌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인다.
이번 생은 실패한 걸까. 아니면 그럭저럭 되는 대로 살면 되는 걸까. 아니면 울며 겨자 먹기로 즐겁게 하강하는 법이라도 배워야 하는 걸까.
99%에 속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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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조금 망한 사랑>표지. “김지연의 소설을 읽고 나면 이상한 안도감이 든다”, 소설가 김연수가 김지연 소설집 '조금 망한 사랑'에 추 직장인무서류대출 천사를 이렇게 썼다.
ⓒ 예스24
그런데 '진짜 평범한 삶은 적당한 망함이 함께 하는 삶'이라고 하는 작가가, 그러니 망했더라도 아주 평범한 인생이니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 바 국민은행 고정금리 로 '망한 인생의 천재(권희철 문학평론가)'라 불리는 소설가 김지연이다.
김 작가는 201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7년 차 젊은 작가다. 단편 <사랑하는 일>, <공원에서>, <반려빚>으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세 번 수상했다. 그녀의 작품 대부분엔 밝고 희망찬 장면보다는 실패하거나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법한 새마을금고 방공제 상황들이 많이 등장한다.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1%의 성공 신화'를 읊으며 '서둘러 그 대열에 합류하라'고 채근하는 가운데, 김지연 작가는'99%의 조금 망한 사람들'을 담담하게 위로한다.
사실 그녀는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제2의 한강'을 찾겠다며 몇몇 언론이 그를 조명하긴 했지만, 빛을 발하진 못했다. 나도 우연히 퇴근길 들른 교보문고에서 그의 책을 발견했을 뿐이다.
'자기계발'과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책장 한쪽에서, 김지연 작가의 책은 고요하게 '모자란 삶'를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눈에 띄었다. 삶의 여러 실패를 여실히 느끼는 요즘, <조금 망한 사랑>이란 제목이 따뜻하게 느껴졌달까.
그래서 나는 그녀를 올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 싶어졌다. 이곳저곳 너덜너덜해졌다고 여기는 우리에게 그가 숨 쉴 틈을 내어줄 사람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1% 성공이 아니라도 괜찮아
김 작가는 지난해 10월 출간된 신작<조금 망한 사랑>에서도 소설의 외피를 빌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조금 망한' 이야기를 아홉 편의 단편으로 담아낸다.
미선의 사촌을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돈을 갚지 않고 잠적한 전남친 민재('포기'), 작업 현장에서 프레스기에 오른손이 끼여 다친 하청업체 노동자 상욱('경기 지역 밖에서 사망'), 전세사기 피해자인 연인을 위해 대출까지 받았지만, 이별 후 돈을 갚지 않아 1억 6000만 원의 빚은 떠안은 정현('반려빚').
▲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조금 망한' 이야기.
ⓒ eduschadesoares on Unsplash
또 코로나 이후 실업자가 된 찬희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듣고도 도와줄 수 없었던 문애('긴 끝'), 아이가 막 돌을 지났을 무렵 바람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받고도 훗날 가족 사진을 자신의 지갑에 넣어 다니는 안지('좋아하는 마음 없이') 등.
이들의 사연은 그럴듯하게 꾸며내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그저 우리의 이야기들이다. 어찌 보면 어디선가 스친 사람들이고 새롭지 않은 이야기라 따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문장 곳곳에 줄을 그으며 읽다 보면, 결국에는 나와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와 닮아 있어 뜨끔함과 서글픔이 교차한다.
나 역시 미선, 정현, 상욱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마 바라는 대로 된 일이 딱히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입학은 또래보다 2년 늦었고, 7년 장기 연애의 종지부는 결별로 끝났으며,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는 당장의 불안정한 고용으로 이어졌다.
어릴 적 '서-연-고-서-성-한'이라며 가고싶은 대학 노랫말을 흥얼거렸던 내가, 그 시절 상상했던 어른의 평범한 삶은 이런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서른이 가까웠지만 집도, 차도, 애인도 없다. '포기' 속 미선의 말처럼, 사실 평범해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은 아주 어렵게 얻어지는 특별한 삶이었음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최근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불거진 옥순의 직업 논란을 보면서도, 사랑이니 결혼이니 하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방송에서는 'K사 브랜드 전략실에서 근무한다'고 소개됐으나, 정규직 직원이 아닌 '파견직 비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초 실패하느니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겠다는 일각의 자조 섞인 반응도 이해 못 할 일이 아니다.
"늘 매우 나쁨이거나 최악이거나 했으니까. 나쁨 정도야 감당할 수 있지 ('포기', 30p)"
하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그정도 나쁨이야 괜찮다고 여기 저기서 외친다. 책 뒷부분 해설에 나온 권희철 문학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인물들은 "위태롭고 불확실한 삶일지라도 그것에 삼켜지지 않고, 그 취약함 안에서조차 자신만의 기쁨과 슬픔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순간들을 살아낸다.
아주 평균적인 삶
나는 소설을 읽으며 안도했지만, 사실 책 어디에도 성공의 실마리는 찾아볼 수 없다. 주인공들은 흔히 세상이 속단한 '정상'의 범주에서 조금씩 빗겨나가 있다. 연애, 졸업, 취직, 결혼…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
만약 그중 하나라도 열심히 하지 않거나 이루지 못하면, 일단 눈을 낮추고 평균만큼만 하라고 닦달한다. 과연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평균이라 일컫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현재 어느 하나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작품 '반려빚' 속 정현의 말을 건네고 싶다. '0'이어도 괜찮다고 말이다. 당장 바닥에서 튀어오르지 않아도 된다고, 마이너스(-) 삶에서 당장 플러스(+)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마침내 0이 된 기분.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이상하게 무섭기만 해서 그저 0인 채로 오래 있고 싶었다."(105p)
김지연의 <조금 망한 사랑>은 우리에게 넌지시 말한다. 조금 경로를 이탈한 삶이라도 그 자체로 괜찮지 않겠느냐고. 모두가 평균을 강요받는 세상 속에서, 평균조차 이루기 버겁게 느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그녀는 이 질문에 대해 어떠한 정답도 알려주진 않는다. 사실 작가조차 정답을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 진정한 삶을 찾아 나서는 시간을 허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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