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조정-국채발행 힘들어" 버티는 재정당국·洪부총리인수위-여야 모두 "신속추경" 강조…文-尹 회동도 영향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2022.3.30/뉴스1(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대선 이후 3주째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비로소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양당은 추경을 신속 편성한다는 데 다시 한 번 공감했고,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재정 당국과 의견차를 좁혔다고 밝혔다.추경 편성 속도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600만원 방역지원금' 등 새 정부 공약이 언제 이행될지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다. 추경 편성 시점에 따라 정치권 희망대로 4월 추경 이후 신속 지급이 이뤄질지, 재정 당국 입장에 맞춰 6월 지방선거 이전 지급으로 마무리될지가 결정된다.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과 보상을 위한 추경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이번 회동은 민주당마저 '인수위 주도 추경안 편성'에 힘을 실어줬다는 의의가 있다.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인수위와 함께 추경 그림을 제시하면 저희도 함께 나서겠다"며 "속도 있게, 완전히 보상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국민의힘 김 원내대표도 "추경 마련 시기를 최대한 앞당겼으면 좋겠다"며 "인수위와 기재부의 협의 과정에 참여해서 빠른 시일 내에 내용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이처럼 양당은 추경 신속 편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민주당이 추경안 마련과 관련해 인수위와 국민의힘, 재정 당국에 공을 넘긴 만큼 당분간은 이들 3개 주체 간 협의가 중요해졌다.문제는 재정 당국이 보이는 이견이다. 재정 당국은 국채금리·물가 상승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을 이유로 2차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이다.당국은 인수위가 강조하는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간에서 이번 추경 규모를 '30조~50조원'으로 추정하는데, 이렇게 많은 재원을 지출 조정만으로 조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재정 당국은 주장한다.기존 예산 조정이 충분치 못해 남는 부분이 있다면 국채 발행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즉 추경 규모를 30조원으로 잡고 지출 구조조정을 기존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원으로 해도, 나머지 10조원은 국채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이에 재정 당국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차 추경안을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제출하지 않으려 한다는 입장을 인수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신이 짜놓은 예산을 스스로 깎아야 한다는 딜레마와 함께, 추가 국채 발행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됐다.정치권은 이러한 재정 당국 입장을 두고 '약간의 이견'이라고 불렀으나, 법률상 추경 편성 권한을 지닌 주체는 재정 당국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만은 아니다.다만 인수위는 2차 추경과 관련해 정부와의 입장차를 좁혔다고 밝혔다. 전날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기재부에서 어느 정도의 재정을 동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세출 구조조정하는 것에 인수위와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나 의견이 많이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다.또 "현재 여당의 새로운 박홍근 원내대표도 기재부에 자세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며 "그래서 자세 전환이 많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특히 기재부 관료 출신인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와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가 기재부와의 조율에 들어갔다.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도 추경안 마련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두 사람은 2차 추경 편성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무협의에 들어갈 것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과 1000일 넘게 호흡을 맞춰 온 홍 부총리가 해당 회동에 영향을 받게 됐다.인수위와 기재부가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방역지원금 600만원을 비롯한 취약계층 지원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앞서 여야는 빠른 추경안 제출을 통한 '4월 추경' 계획을 강조한 바 있다. 이 계획대로면 방역지원금은 새 정부 출범일(5월10일) 전후로 지급 시기가 형성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르면 4월 지급도 가능하다고 본다.이는 방역지원금 추진 체계가 이미 완성돼 있는 터라 추경 확정 다음 날에라도 지급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앞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금 대부분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된 직후에 지급을 시작했다.반면 인수위와 재정 당국 간 이견이 오래 이어지거나 다음 달 제출된 추경안을 민주당이 거부할 경우 방역지원금 지급 시기는 보다 밀리게 된다. 이 경우 윤 당선인이 내건 '새 정부 출범 즉시 방역지원금 지급' 공약은 이행 연기를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