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텀·사일런트 베이비 새 앨범'런닝맨'·'컴백홈' 등 4곡 수록"서울 중심 문화 미디어로 해소잘 준비하면 장소는 상관 없어""신선놀음으로 했던 수행이자 내 첫번째 날개를 달아버린 계기(곡 '신선놀음' 중)"춘천의 힙합 크루 '한량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래퍼 헬텀(본명 엄태호)과 사일런트 베이비(본명 정승호)가 합작 앨범 'L.I.T (Life Is Television)'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우리 삶에서도 텔레비전 연속극처럼 드라마틱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콘셉트로 만들었다. 말 그대로 드라마처럼 '쩌는' 삶을 살겠다는 다부진 각오가 담겨 있다.▲ 지난 10일 새 앨범을 발표한 춘천 힙합 크루 '한량단' 소속 래퍼 헬텀웨스트코스트 성향의 강한 랩을 선보이는 헬텀과 트렌디하고 친근한 사일런트 베이비, 1991년생 래퍼 두 명이 함께한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런닝맨', 'God Bless', '컴백홈', '무릉도원' 등 4곡이 수록돼 다양한 음악성을 들려준다.반복되는 강렬한 훅(hook)과 함께 래퍼로서 그들의 생각은 담아 전하는 가사는 기존 힙합씬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싱잉랩(singing rap·노래하듯 하는 랩의 기법)을 통한 멜로디가 강조된 'God Bless'는 속사포랩의 질주가 돋보인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려 하는 건 / 내가 좀 더 나를 사랑하는 것 / 허나 난 그건 너무 어려워"라는 가사는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타이틀 곡 '런닝맨'은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끊임없는 질주와 함께 펑키한 기타 리듬 등 트로피컬한 음향이 기존에 헬텀이 들려주지 않았던 신선함을 안겨준다.▲ 지난 10일 새 앨범을 발표한 춘천 힙합 크루 '한량단' 소속 래퍼 사일런트 베이비."방구석 안 화면 안 속의 내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뭘까 / 꼴 보기 싫어도 내일 해는 뜨니까 또 세워야 해 계획"이라는 가사도 친근하다.30대의 나이에 지갑 두께는 점점 얇아지지만 더 자라지 않는 피터팬처럼, 힙합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어 곡 '무릉도원'은 "빡세게 더 빡세게/읊어대는 풍류 얼쑤" 등 힙합 판소리 한 판이 펼쳐지는 기분이 든다.헬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런닝맨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자랐는데 인생을 계속 달려오는 우리들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곡 '컴백홈'은 서태지의 곡을 오마주한 동시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듯하다. 좁은 힙합씬에 한정적인 인물들이 돌고 도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몇십만원짜리 월세로 돌아가야 하는 자신들의 처지 또한 담겨있다. 90년대 힙합이 생각나는 고전적인 형태의 비트와 플로우 또한 일품이다.▲ 'L.I.T (Life Is Television)' 앨범 커버.지역에서 힙합을 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예전에 힙합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친구, 동료들은 이제는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헬텀은 "코로나19 상황이다 보니 서울 집권적인 문화가 오히려 미디어를 통해 해소되고 있다"며 "이때 잘 준비한다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할 수 있을때까지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며 "물론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왔지만 새로운 방향으로 나를 계속해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김진형 formation@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