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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고치는 할아버지, 김종일 키니스 장난감 병원 이사장









김종일 키니스 장난감 병원 이사장이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 그는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장난감 기부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아, 아, 들리면 응답하라 오버.” “잘 들린다 오버.”

osb저축은행 평일 이른 아침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장난감 무전기를 들고 성능 테스트에 여념이 없었다. “찌지직” 소리도 잠시. 대화가 순조롭게 오가자 두 어르신이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맞대고 오케이 사인을 주고받았다. 지난 6일 인천시 미추홀구 키니스 장난감 병원. 김종일(80) 이사장은 무전기가 정상 작동하자 비로소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오늘도 수 제2금융권대출금리 술 성공입니다.”
고장 난 장난감을 다루는 이곳이 여느 수리 센터와 다른 건 ‘집도의’들이 모두 7080 어르신들이라는 점. 이 병원 집도의 평균 연령은 78세로 막내가 72세다. 2011년 김 이사장이 인하대 공대 교수에서 퇴임한 뒤 “전공을 살려 미래 세대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사비 3000만원을 들여 문을 연 게 시 갤럭시s농협인터넷뱅킹 작이었다. 이후 취지에 공감한 동료 교수와 대학 동기들이 합류하면서 지금은 여섯 명의 공학도 출신 어르신이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이름도 아이(Kid)와 노인(Silver)이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아 ‘Kinis(Ki+n+is)’로 정했다.
올해로 15년째를 맞은 이곳 장난감 병원의 수리비는 전액 무료. 어르신들도 모두 자원봉사다. “박 한국자산관리공사 연봉 사님들을 영입할 때 식비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는데, 이후 물가가 계속 올라 사비를 많이 쓰게 되면서 아내에게 혼나기도 했죠. 그래도 아내와 동료들이 가장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장난감 병원에 대해 설명하는 김 이사장의 얼굴에서 미소가 그치지 않았다. 그의 손에도 인터뷰 내내 장난감이 꼭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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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장난감에 대한 애정이 크신가 봅니다.
A : “저는 장난감을 갖고 놀던 세대도 아니어서 평소 장난감에 대한 관심이 많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퇴직하면 뭘 할까 생각하던 중에 지인 얘길 듣고 한번 해보자 싶었죠. 그런데 고치면 고칠수록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만의 소중한 친구라는 걸요. 아이들이 장난감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간직했으면 싶다는 생각에 지금도 더욱 애정을 갖고 고치자고 다짐하곤 합니다.”









7080 어르신들이 키니스 장난감 병원에서 장난감을 고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사연 없는 장난감은 없다. 장난감 병원 한쪽 벽을 가득 메운 감사 편지를 읽다 보면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싶을 정도다. 삐뚤빼뚤 써내려간 글씨부터 고장 난 부분을 그림으로 설명해 놓은 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연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오빠가 이 장난감은 답이 없다고 했는데 고쳐주셔서 감격했어요. 함께 담은 젤리와 초콜릿도 드셔 주세요.” “제 응원봉이 다시 불빛을 되찾게 되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저는 이 토끼의 주인입니다. 9년간 함께한 친구인데 의사 선생님이 꼭 고쳐 주실 거죠?”

Q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난감이 있다면요. A : “7년 전 새 장난감이 가득 담긴 박스와 편지 한 장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가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아이에게 장난감을 많이 사줬는데, 갖고 놀지도 못하고 아이가 세상을 떠났어요. 장난감을 볼수록 자꾸 아이 생각이 나서 결국 기부하기로 했대요. 아이 엄마 편지를 읽는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이를 잃은 심정이 오죽했겠어요. 고심 끝에 아이가 투병 생활을 하던 병원을 찾아가 장난감을 모두 기부했습니다.” 장난감 병원 한쪽에도 기부 박스 더미가 놓여 있었다. 1년에 1만 개가량 기부를 받고 있단다. 김 이사장은 “최근엔 저출생 여파로 아이가 많이 줄어서인지 기부받은 장난감을 건네려 해도 줄 곳이 마땅찮을 때가 있다”며 “15년째 장난감을 고치다 보니 저출생 문제가 훨씬 피부에 와닿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3년 국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한 명이 채 안 되는 유일한 나라로 남게 됐다. 같은 해 출생아 수도 23만 명대로 낮아졌다.

Q : 저출생으로 장난감 수리도 줄었나요.
A : “2011년 개원했을 때만 해도 출생아 수가 47만 명대였으니 그새 절반가량이나 줄어든 셈이죠. 그에 따라 수리를 맡기는 장난감 택배 박스도 1년에 5000개였던 게 최근엔 3000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수리된 장난감을 받은 아이들이 보내온 감사 편지들이 병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신수민 기자







장난감 병원의 응급치료 1순위는 ‘모빌’이다. 들어온 모빌의 90%는 ‘모빌 전담의’ 원덕희(72) 박사 담당으로, 지난해만 700개 넘게 그의 손을 거쳤다. 원 박사는 “모빌은 아이가 맨 처음 갖는 장난감이기도 해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수리하고 있다”며 “암 수술로 입원했을 때도 ‘빨리 고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게 이들의 손길을 거쳐 간 장난감이 지난해에만 1만여 개. 한 사람당 매일 평균 다섯 개씩 고친 셈이다. 하지만 애정이 큰 만큼 마음에 상처를 입을 때도 없지 않았다.

Q : 어떨 때 가장 힘드셨나요. A : “못 고친다는 말을 할 때가 가장 힘듭니다. 장난감을 고치지 못하고 돌려보낼 때면 인터넷 카페에 ‘괜히 택배비만 버렸다’ ‘제대로 고치는 곳 맞냐’ 등의 댓글이 달릴 때가 있어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런 말을 듣다 보니 ‘욕을 먹으면서까지 이렇게 봉사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그만두겠다는 분도 계셨죠. 하지만 고친 장난감을 들고 기뻐하는 아이 사진을 보면 그런 근심도 한 번에 다 사라지더라고요. 박사님들은 장난감을 못 고치면 그날 잠을 설칠 정도로 끝까지 성의를 다하세요. 그 마음만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날 오전에도 2시간 새 여섯 명이 고장 난 장난감을 들고 병원을 찾아왔다. 한 할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손자의 로봇 수리를 부탁하자 김 이사장은 잠시 인터뷰를 멈추고 장난감 상태를 살피더니 금세 진단을 내렸다. “팔을 고정하면 로봇이 변신을 못해 수리가 불가능해요. 대신 비슷한 거라도 드릴게요.” 그러면서 그는 병원 맞은편 ‘아나바다 본부’로 향했다. 마침 똑같은 제품을 발견한 김 이사장이 “운이 좋았다”며 장난감을 건네자 할머니는 “손주가 너무 좋아하겠다”며 연신 고마워했다.
Q : 아나바다 본부는 뭐 하는 곳인가요. A : “기부받은 장난감을 모아 보관하는 곳이죠. 최근 장난감 가격이 급격히 올랐잖아요. 그러다 보니 선뜻 새 장난감을 구매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크게 늘었더라고요. 그래서 기부받은 장난감과 저희가 새 제품처럼 수리한 것들을 모아 원하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기부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장난감 소비자물가지수는 2023년 100.74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연령대별로 갖고 노는 장난감도 각각 다르잖아요. 그러니 서로 바꿔 쓰고 나눠 쓰면 모두가 이득이죠. 매년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30%가 장난감이란 현실을 감안하면 자원 재활용에도 큰 도움이 될 테고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캠페인을 ‘2025년판 아나바다’로 되살려 보자는 게 저희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초고령사회, 노인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 이처럼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쳐온 공로로 키니스 장난감 병원은 코오롱 우정선행상과 아산상 등을 받은 데 이어 2023년엔 어린이들 투표로 초록우산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어린이대상’도 수상했다. 김 이사장은 “모두 박사님들 덕분”이라며 “고령에도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일자리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자 이곳 ‘집도의’ 어르신들을 강사로 초빙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Q : 추가 채용 계획도 있나요. A : “저희 나이를 고려할 때 병원을 계속 유지하려면 반드시 뽑아야겠더라고요. 60대도 좋습니다. 아직 창창한 나이잖아요(웃음). 퇴직 이후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것만큼 보람 있는 일이 또 있겠어요. 저희 장난감 병원도 그중 한 곳이라고 자신합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김 이사장이 가방에서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건넸다. 가방엔 사탕과 열쇠고리 인형 등 장난감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출퇴근길에 만나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는데,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그보다 더 기쁠 수가 없어요. 장난감도 늘 그런 마음으로 고치자 다짐하게 되고요. 아이들이 활짝 웃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것, 저희 같은 노인들에게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요.”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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