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전통시장 상인 진태남씨(75)가 22일 대통령선거 후보자 공약 내용이 나오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어차피 선거철 때만 되면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해 내놓는 허울 뿐인 공약이여”
22일 찾아간 세종 조치원읍에 있는 세종전통시장.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대통령실·국회 이전 공약에 대해 묻자 뉴스를 보고 있던 상인 진태남씨(75)가 쓴소리를 했다.
그는 “세종은 뚜렷한 지지색이 없는 지역으로, 다른 지역처럼 한 정당에만 표를 몰아주는 게 아니라 각 후보들의 공약을 두루 살펴보고 투표한다”면서도 “매번 똑같은 공약이 반복되고 지켜지지 않으니 이번에는 공약보다는 인품을 근거로 누가 정말로 나라를 위해 열심 자전거 거치 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진 씨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20대 대선에서 “세종에 제2의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작년 초까지만해도 잊혀질만하면 언급되던 이 공약은 ‘12·3 불법계엄 사태’로 완전히 무산됐다. 최근엔 조기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대통령실 코치 이나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실이나 국회가 세종으로 오더라도 반갑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세종전통시장에서 30년 넘게 칼국수집을 운영해온 이모씨(70대)는 “세종도 지역에 따라 빈부격차가 굉장히 큰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세종 외곽에 행정기관과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진술서 양식 장사가 잘됐지만 지금은 모두 도심가로 이전해 점심시간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이 먼저 반응, 3월 거래량 2.6배 껑충

이날 점심시간대 찾은 이씨 가게엔 식재료를 배달해주는 기사만 간간이 오갈 뿐이었다. 식사하는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씨는 “세 유아저소득층지원 종이 행정수도가 된다면, 도심지역만 발전돼 집값만 오르게 할 뿐 외곽에 있는 상인들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정치권의 ‘세종(충청) 러브콜’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부동산이다. 지난달 세종시의 아파트 거래량은 1월보다 2.6배 넘게 늘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이어질 충청권 공약 등을 시장이 내다본 결과 사금융대출조건 다. 호가가 1억원 넘게 뛴 곳도 있고, 매물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기 대선과 맞물려 대선 후보들이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세종 도심가에 있는 집값이 심상찮다”며 “한동안 침체가 계속됐던 집값이 반등하는 등 관련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반신반의’…“구체적인 공약봐야”

세종시 공직 사회와 시민단체 등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보다 구체적인 공약이 제시되면 실현 가능성을 평가의 잣대로 삼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한모씨(30대)는 “행정수도 공약은 매번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에서 충청권의 핵심 공약으로 매번 나왔지만 선거 이후에는 방치됐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역시나 충청권 표심잡기용으로 세종이 주로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따지면서 각 후보자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열린 20대 대선에서 충청권(세종·대전·충남·충북)은 윤 전 대통령에게 약 14만7000표를 더 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한 지역은 세종(1만7858표 차이) 뿐이었다.
김수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완성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각 당의 대선 본선 후보가 결정된 뒤에 본격적인 공약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예비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일단 큰 의미를 두지 않고있다”며 “대통령실과 국회의 완전 이전이 여러 후보들에 의해 공약화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가 최종적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바탕으로 이를 실행에 옮기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