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연세대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바이올린 독주회를 함께 관람한 이성남(왼쪽) 형님과 필자. 대기업에서 퇴직한 형님은 30년이 넘게 궁궐길라잡이, 도성길라잡이, 문화해설사 등 자원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일은 매우 힘들다. 벌이가 없어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도 있었다. 힘들어하는 남편만 쳐다보는 아내에게 미안했다. 아빠만 쳐다보는 아들을 보면서 눈물이 난 적도 있다. 한 가정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큰 고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았고, 마지못해 얻은 일이 야간 경비원이다. 몸은 힘들어도 봉급 받아서 관리비도 밀리지 않게 됐고 라면도 예전만큼 많이 먹지 않게 됐다. 쉬는 정부저소득층지원 날은 눈알이 피로하고 두뇌 회전도 되지 않아서 잠만 자는데 금방 하루가 흘러간다.
산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감은 늘 긴장감을 준다. 경비원은 밤낮이 따로 없다. 평범한 직장인은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에 퇴근한다. 경비원은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한다. 밤낮이 없는 생활로 인해 일상 자체가 불규칙하다. 마지리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빨리 걷지도 못한다. 노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늙어가는 것은 나이도 중요하다. 몸 상태가 원활하지 않으면 젊어도 노인이 되는 것 같다. 특히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다. 경비원으로 정신없이 살면서 고향을 멀리하고 살았다. 한 해 한 해 갈수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들은 왕래가 거의 없어서 누가 누군지 전 현대자동차 잔가보장형 혀 모른다. 한 시대가 가고 한 시대가 오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이제는 몸과 마음도 지쳤고 남은 삶은 고향에 내려가서 편안하게 살 것이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는 것이 한심하다고 느낀 적도 있다. 2023년 어느 날 예전에 알고 지내던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이다. 경비원 생활하는 나 효율성 에게 연주회 공연 관람을 권유하는 것이다. 약간 부담스러워 야간 근무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가끔 안부 전화를 주고받았다.
2024년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이 있는데 관람을 해 보라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본다고 이야기했다.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연주회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장은 무척 시원하고 신용보증서 기분이 좋았다.
경비원 생활하면서 음악회 공연을 처음 봤다. 연주가들의 약력도 대단하고 실력 있는 분들이다. 그러나 경비원으로 살면서 연주회를 이해하는 것은 무리라는 걸 알았다. 1시간 30분 공연 시간을 잠으로 때웠다. 형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형님은 연주회를 처음 관람하는 사람은 자는 게 정상이라고 한다. 경비원이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처음에 계속 잠을 잔다고 한다.
이후로도 형님은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티켓을 주었고, 계속 연주회 관람을 했다. 이렇게 연 30회 이상 보니 어느 순간부터 졸음은 오지 않았다. 지금은 연주회 보는 게 취미가 됐다. 사회에서 만난 형님 덕분에 연주회를 통해서 음악을 이해했다.
앙상블, 바이올린 독주회, 피아노 독주회, 플루트 독주회 등 다양한 연주회로 인해 일상이 풍성하고 알찬 느낌이다. 야간 경비원 생활도 즐겁게 하고 있다. 연주회를 알려준 형님, 고맙고 사랑합니다.
송하균(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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