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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 자신을 역시 좋아 좋다는 고등학교 깨우지.[배여진]
1975년 4월 9일, 그리고 2025년.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여정남 등 8명의 목숨이 서대문 형무소에서 무고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그 날로부터 무려 50년이 지났다. 반백 년, 50년의 세월 동안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 듯하다. 기술의 발전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사회도 참 많이 변했다.
8인의 열사가 간절히 바랐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평화통일을 향한 여정은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한다. 그 시절과 비슷하게 계엄을 선포하는 대통령이 2025년에도 존재했으나, 온 국민이 응원봉을 들고 나와 탄핵을 시켰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여전히 기계에 끼어 죽임을 당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주식처음시작
높은 곳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른다. 분명 봄이 오긴 온 거 같은데, 마냥 산뜻하지 않은 이 봄. 지금은 춘래불사춘의 시대이다.

고문과 구타로 조작한 뒤 '사형' 선고... 무죄판결과 명예회복에 5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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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 팜플랫 갈무리


ⓒ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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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통일평화재단 사료실장 이창훈이 쓴 책 <다시, 봄은 왔으나>(2025년 4월 출간) 는 인혁당재건위 사건 사형수 8인에 대한 약전이다.

당시 사형 당한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여정남 등 8인은 독재정권에 저항한 민주주식기법
화 운동가이자, 남과 북의 통일을 염원한 통일운동가, 그리고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 자식이었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정권에 의한, 대표적인 '사법 살인'으로 꼽힌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1974년 박정희 정권이 유신독재에 대한 학생과 국민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다. 잔혹한 구타와 고문을 통해 '상따
인민혁명당'이라는 명칭에서부터 모든 내용이 거짓으로 만들어진 심문조서로 재판이 진행돼 1975년 4월 8일 8명에게 사형이, 7명에게 무기징역 등 총 25명에게 중형이 선고됐고, 형이 선고된 지 채 24시간이 안 된 4월 9일 새벽 4시 55분부터 8명의 사형이 차례로 집행됐다. 박정희 독재의 대표적 '사법살인'이었다. 이들에게 무죄임을 확정시켜준 명예회복은 2007년 1월 23일에야 이뤄졌다. 2025년은 그 '사법살인' 50년이 되는 해다. (온라인 책소개 중)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형수 8인의 역사를 정리했다. 각종 문헌과 인터뷰 등을 통한 작업이었는데,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인터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과거가 결코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을 이렇게 또 깨닫는다. 또한 아내와 자녀, 지인 등의 인터뷰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 8인의 모습도 엿볼 수도 있다.










▲  온라인 책소개 카드뉴스 중 갈무리


ⓒ 삼인




이뿐만 아니라 사형수 8인의 활동들이 내용의 중심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 시절 대구경북지역의 민주화운동의 역사도 자연스레 함께 풀어낸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추천사에서 이를 두고 "인혁당 8인 열사의 가장 정확한 전기를 씨줄로 삼고 날줄로는 현대 한국 진보운동가들의 형성 계보를 엮어주고 있"다고 썼다. 그러다보니 인연에서 인연으로 이어지는 운동의 대선배들의 전성기를 마치 소설로 읽는 기분도 얼핏 든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2005년 법원이 재심 결정을 하고, 2007년 무죄 판결을 통해 약 30년의 한을 풀어냈다. 이때 빠른 재심을 위해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들은 인혁당재건위 사건 당시의 공판 조서를 한글파일로 정리를 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한자가 많아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관련자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관련 기사: [인터뷰] "23억 중 13억 토해내라니... 대법원은 인혁당 피해자들 두 번 죽였다" https://omn.kr/7qme ).
한자도 간체로 쓴 한자들이 많아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한자를 알 길이 없었기에 나이 드신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수였다. 사형을 선고받지 않았을 뿐이지 고문과 조작된 조서로 같은 고통을 받았을 선생님들이었다. 벗이었을 8인을 사형수로 잃고, 자신과 딸린 식구들의 목숨도 쥐락펴락 했을 그 조서들을 다시 봤을 때 선생님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매우 피곤한 작업이었기에 고령인 선생님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괜찮으시냐는 질문을 많이 드렸었다. '괜찮다'고 대답을 하시는 선생님들께는 결연한 의지도 느껴지곤 했었다. 결국 2007년 1월 23일 재심결정 2년만에 법원은 인혁당재건위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사법살인을 당한 8명과 고문과 오랜 수감의 후유증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은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으니, 30년 넘게 묵은 깊은 한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그로부터 다시 20년이 지나 인혁당재건위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딱 50년이 되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찾아 공판조서의 한자를 읽어주시던 관련자 선생님들이 한 분 두 분 돌아가시고, 1975년 서대문 형무소 앞을 서성이던 아내분들도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고 계신다.
누구의 부재로 인해 이전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이 단절될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그 지난한 세월 동안 쌓아 올린 기억이 있고, 기록이 있다. 이 기억과 기록들은 뼈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가족과 함께 간 5.18 묘지... '왜 왔냐'는 아이 질문에 한참을 머뭇거렸다










▲  다시 봄은 왔으나 책표지


ⓒ 삼인




책 <다시, 봄은 왔으나>는 사형수 8인의 약전이지만 한 개인의 역사를 서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그리고 한국전쟁과 독재정권 시절까지 겪은 8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민주화를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활동들을 기록한 이 책은 마치 역사서를 보는 것만 같다. 더 나아가 국가권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들을 파괴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니 이는 생생한 '증언집'과도 같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광주를 다녀올 일이 있었다. 그동안 5.18 묘지를 들를 시간적 여유가 없이 광주와 서울을 오고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5.18 묘지를 방문할 수 있었다. 최근 겪은 계엄과 탄핵으로 민주주의에 관심이 부쩍 많아진 아이들을 데리고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중학생이 된 큰 아이는 내게 물었다. "그런데, 엄마는 오늘 왜 여기에 오자고 한 거야?" 여러 대답이 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왜 나는 이제야 여기를 찾았을까. 고민 끝에 나는 답했다.
"엄마도 나이가 들다보니 가끔 생각이 왔다 갔다 할 때가 있어. 젊을 때는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인데도, 지금은 엄마가 가끔 다른 것들과 타협을 하려고 할 때가 있어. 엄마는 여기를 오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자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러 온 것 같아. 그리고 이런 곳에 와서 역사를 억지로라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

먹고 살다보니, 잊는다. 이보다 더 좋은 핑계는 없는 것 같다.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이창복씨가 지난 2014년 4월 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자택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모습(자료사진)


ⓒ 유성호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 세상에 봄이 왔지만, 꽃망울을 마음껏 터트리지 못하고 있는 봄이다. 춘래불사춘의 시대에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에 대한 세세한 기록은 꽃을 피우기 위한 땅을 더 단단히 만들어준다. 그들의 죽음이 우리를 살게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죽음에 대한 뒤늦은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하지 않을까. 역사를 잊지 않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 <다시, 봄은 왔으나>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1975년에서 50년이 지난 2024년과 2025년에도,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자의 행패로 국민 안전이 위협당할 줄을 누가 알았겠나.

짓눌린 지초처럼
치솟는 해일처럼
그렇게 강인하고
그렇게 감격스런
새해를 또 맞으시기 바랍니다.


고 이수병 선생은 1974년 새해 첫 날 그 해 자신이 당할 고초를 알지 못한 채 위와 같은 내용의 구절을 적어 지인들에게 엽서를 보냈다고 한다. 비록 완전한 봄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는 사법사상 암흑의 날에 돌아가신 8인의 목숨값으로 오늘 이 봄날을 보내고 있다.

하늘에서 고 이수병 선생이 내려다보고 있다면 '새해' 자리에 '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을까.

그렇게 강인하고
그렇게 감격스런
봄을 또 맞으시기 바랍니다.


강인하고, 감격스런 봄을 위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우직하게 걸어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