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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세 작가의 만남을 기록하기 위한 사진 촬영.지난 8월, 신동범·정고운 작가 부부와 김수현·오주원 작가 부부가 일본 히로시마행 비행기에 함께 올랐다. 여느 부부 동반 여행과 달리 네 사람의 상기된 표정은 악명 높았던 지난여름의 더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히로시마 시내에서 렌터카를 빌려 1시간 30분 남짓 달려 도착한 야마구치는 일본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조용하고, 청명하고, 깊은 마을이었다. 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최재호 작가의 작업실은 100년이 훌쩍 넘은 집을 수리해 사용하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에 최 작가의 취향이 더해져 곳곳에서 작가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집 앞에 도착하니 문하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마당 밖까지 나와 공손 씨티은행 대환대출 하게 고개를 숙이며 일행을 맞아줬는데,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일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렇게 깊은 산골에 위치한 작업실에 문하생이 있다는 사실에 신동범 작가와 김수현 작가는 흠칫 놀라면서도 부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당으로 나와 반갑게 손을 내밀며 맞아주는 최재호 작가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드디어 세 작가의 만남이 이 작은 일본의 시골 마을에 다가구 서 이뤄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최재호 작가와 신동범 작가는 재회고, 최재호 작가와 김수현 작가는 초면이다.
최재호 작가의 작업실 안팎 풍경.
손님맞이 차량유지비 계정과목 중인 최재호 작가.
나의 추억이 깃든 곳_ 신동범
백자 도예가인 신동범 작가는 일본 유학 시절 이곳에서 최재호 작가와 함께 가마를 직접 만들었던 추억이 있다. “지금은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랍니다. 지금 다시하라고 하면 아마 못 보험신문 할 것 같아요. 전문 도예가들도 배우기 어려운 가마 만들기를 도쿄 유학 시절 배웠던 터라 호기롭게 최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거죠.”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최 작가와 짧은 인사를 나누고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것도 그 가마였고, 그곳을 떠나기 전에도 홀로 가마에 가서 한참을 서 있다 왔다. 가마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도 했고, 과거의 근저당 그날로 돌아가 잠시 머물다 온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신동범 작가에게 이곳은 도예 인생에 짧지만 역사가 있는 곳이다.
최재호 작가의 작업실 안팎 풍경.
모든 작가가 꿈꾸는 공간_ 김수현
제주도에서 분청사기 도예가로 활동 중인 김수현 작가는 신동범 작가와는 대학 선후배 사이이자 20년 지기지만, 최재호 작가와는 초면이다. 신 작가의 소개로 이곳을 방문하게 된 그는 신 작가와는 다른 소감을 밝혔다. “세상과 떨어져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로망은 작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예요. 나의 작가 인생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오로지 작품만을 할 수 있는 이 공간과 최 작가님이 부럽긴 하네요.” 아마도 생활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는 보통의 한국 작가들이 느끼는 괴리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일까? 김수현 작가는 공간 안팎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한참을 나 홀로 집 구경에 나섰다.
최재호 작가의 작업실 안팎 풍경.
반가운 그들의 방문_ 최재호
일본에서 활동한 지 20년이 넘은 최재호 작가는 명실상부 백자 도예가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을 원 없이 하고 있다. 보기 드문 문하생도 2명이나 그의 곁에 있다. 그것도 그들 스스로 선택해서 왔다고 한다. 이렇게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반박할 수 없는 성공한 도예가임이 틀림없다. 그런 그도 오랜만에 보는 한국의 오랜 지인이자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낸 도예가를 만나니 반가움을 감출 수가 없어 보였다. 버선발은 아니었지만, 작업 중임에도 한달음에 달려 나와 반갑게 맞아주고 특유의 유머를 날리며 작업장으로 안내하는 모습에서 까탈스러운 작가의 모습보다는 상기된 어린아이의 모습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니 1990~2000년대 한국 발라드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이곳은 일본 중에서도 깊은 산골 마을이고, 우리 눈에는 일본인 문하생이 그의 곁에 딱 붙어 있고, 그는 백자를 빚고 있다. 그 속에 흐르는 한국 가요라니, 이 광경 자체가 기분 좋은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면서도 문득 그가 이룬 기쁨의 성공 속에도 그리움과 고독함은 존재하는 것 같았다.
작업에 몰두 중인 최재호 작가.
작가의 공간
모든 분야의 예술가는 자신만의 공간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대중은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의 공간을 궁금해한다. 작품을 보는 것 이상으로 작가의 공간은 늘 흥미로운 대상이다. 역시나 최재호 작가의 작업실도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주 좋은 기회로 지은 지 100년이 넘는 이 집을 저렴하게 구했어요. 그러고는 일본 전역에 포진해 있는 전문 인력들을 집합시켰죠.” 알고 보니 그가 말하는 전문 인력들은 각 분야의 작가들이었다. “뚝딱뚝딱 직접 만들었어요. 지금은 아내와 딸이 근처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고 있지만, 처음에는 이 산속에서 함께 살았어요. 고생 많이 했죠. 보시다시피 주변에 아무것도 없잖아요. 작업하기는 좋을지 몰라도 생활하기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참 좋았던 기억이 많아요. 우리 세식구가 나눌 수 있는 추억이 이곳에 다 있으니까요. 요즘은 저 혼자 이곳에서 먹고 자고 작업하며 지내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바닷가 집으로 내려가요. 출퇴근하는 팔자가 됐지 뭡니까.” 최 작가가 말하는 바닷가 집은 세 식구가 생활하는 주거 공간인 동시에 전시 공간이다. 그를 좋아하는 일본 전역의 팬들은 전시 소식이 있으면 그 바닷가 마을까지 방문한단다. 최 작가에게는 두 번째 그의 공간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이곳은 친한 작가들의 도움으로 수리했지만, 그건 생활을 위한 작업이었지 지금의 공간이 주는 멋스러움은 오랜 세월 동안 최 작가의 손길이 더해져 만들어진 셈이다. 작품뿐만 아니라 공간에서 묻어나는 작가의 색깔을 느끼니 기분이 묘해진다.
매일 최재호 작가의 손길이 닿는 작업 도구들과 물레.
작업실 곳곳이 곧 전시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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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두의 시간
한참 공간을 소개하다 말고 오전에 하던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흙을 빚기 시작하는 최재호 작가. 골동품 같은 선풍기 몇 대가 돌아가고는 있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였다. 우리는 최대한 조심한다 했지만, 구석구석 작업실 안팎을 구경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통에 아마도 정신 사납게 느껴졌을 거다. 예민할 법도 한데, 그런 소음 사이에서도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작업에 몰두하는 최 작가 곁으로 어느새 우리도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숨죽여 그의 움직임을 조용히 바라봤다. 최 작가는 흙 빚기에 몰두하고, 우리는 그런 작가의 모습에 몰두했다. 작가의 호흡에 맞춰 숨을 멈추기도 하고, 숨을 내쉬기도 했다. 어느새 덥다는 생각보다는 명상의 경지에 들어온 것 같은 신비한 경험을 했다. 그렇게 남은 흙을 다 소진하고 나서야 최 작가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세 작가는 드디어 서로를 바라보고 앉아 근황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매일 최재호 작가의 손길이 닿는 작업 도구들과 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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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김수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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