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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향’의 한 장면. 오프닝 내레이터로 출연한 그룹 샤이니 멤버 민호. (사진=SM 클래식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록 밴드 메탈리카는 1999년 2장의 CD로 구성한 독특한 라이브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같은 해 4월 21일과 22일 샌프란시 신용정보조회 스코 심포니와 함께 진행한 라이브 콘서트 실황을 수록한 앨범 ‘S&M’입니다.

록과 클래식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250만 장이 판매됐고, 2003년 미국 레코드산업협회(RIAA) 인증 등급인 ‘5배 플래티넘’을 기록했습니다. 듣는 재미가 있는 앨범이라 가끔 찾아 듣는 앨범 삼성선물 입니다.
지난주 14~15일에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 SM엔터테인먼트(SM)의 클래식·재즈 레이블 SM 클래식스의 합동 공연을 보면서 메탈리카의 ‘S&M’ 앨범을 떠올렸습니다. 록과 클래식의 만남이 매우 미국적인 조합이라면 K팝과 클래식의 만남은 지극히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관람한 공연은 14일 예술의전당 콘서 임야대출이자 트홀 무대였습니다. 어떠했냐고요? 예상한 것보다 흥미롭기도 했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다음 공연은 조금 더 새로우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서울시향과 SM 클래식스는 2020년 업무협약을 SM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을 클래식으로 편곡해 음원과 뮤직비디오로 발표해왔습니다. 이날 공연에선 두 단체가 그동안 함께 발표한 8곡과 미발표 곡 새마을금고예금상품 등 총 18곡을 들려줬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향’의 한 장면. (사진=SM 클래식스)



클래식 공연을 보러 예술의 실수가없으신 전당 콘서트홀을 자주 갔지만, 이날만큼 관람 분위기가 편안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평소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캐주얼한 의상의 젊은 관객들이 눈에 띄었고요. 객석 분위기도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무엇보다 곡 길이가 3~4분 정도로 짧다 보니 지루하지 않았고요.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팬이라면 클래식으로 새로 태어난 노래의 재미가 쏠쏠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듣고 싶었던 곡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21세기 민중가요’로 언급되며 화제를 모았던 곡이죠. 클래식으로 편곡한 ‘다시 만난 세계’ 또한 희망찬 분위기로 가득했습니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도입부와 후반부에 샘플링해 K팝이 낯선 이들에게도 친숙한 분위기를 자아냈고요. 무엇보다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실연으로 음악을 들으니 풍성함이 달랐죠. 다만 이날 공연에서 선보인 미디어아트에 시선이 빼앗기는 바람에 서울시향 단원들의 연주에 집중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서울시향과 SM 클래식스가 클래식과 K팝의 만남을 시도하는 이유는 각 장르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입니다. 서로 다른 두 장르가 만났을 때 각 장르 팬들이 자유롭게 다른 장르로 넘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공연에선 평소 클래식 전용 공연장을 찾지 않았을 캐주얼한 의상의 젊은 관객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겐 클래식 전용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의 실연을 듣는 것이 새로운 감상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향’의 한 장면. (사진=SM 클래식스)



다만 이번 공연에 대한 클래식 팬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 또한 조금 냉정하게 말한다면 K팝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편곡한 것 이상은 아니었으니까요. 긴 시간 오케스트라 연주에 몰입하게 되는 클래식의 매력에 익숙한 마니아에게는 이번 공연이 낯설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주제로 한 교향곡, 또는 NCT의 대표곡으로 엮은 클래식 작품을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말이죠. 이번 공연이 K팝을 클래식으로 변환하는 과정이었다면, 다음 공연은 두 장르가 조금 더 유기적으로 만나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메탈리카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S&M’ 공연과 앨범을 선보인 뒤 20년이 지난 2019년 ‘S&M2’라는 또 한 장의 라이브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1999년 공연에선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메탈리카의 노래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미하는 정도였다면, 2019년 공연에선 메탈리카가 프로코피예프의 스키타이 모음곡 2악장, 알렉산드르 모솔로프의 ‘주철공장’(The Iron Foundry) 등 클래식 작품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정반대의 시도를 했습니다. 아마 메탈리카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게 아닐지 미뤄 짐작해봅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향’의 한 장면. (사진=SM 클래식스)


장병호 (solani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