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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살해’는 생각이 옷을 아는 되풀이했다. 민식이보통은 ‘빙상’ 하면 스케이트를 떠올리지만 신진화 박사(41)에게 ‘빙하’는 고기후다. 극지연구소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신 박사는 빙하를 이용해 기후를 연구한다. 빙하학자인 그는 최근에 빙하와 기후 그리고 연구자의 삶을 다룬 〈빙하 곁에 머물기〉를 펴냈다.




신진화 박사는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여성 빙하학자다. ⓒ시사IN 이명익



빙하로 기후를, 그것도 옛 기후를 연구한다니. 도대체 빙하가 뭐라고. 먼저 눈이 차곡차곡 쌓여 빙하가 된다. 이때 눈이 녹아서는 안 된다. 그린란드 같은 북극권, 남극, 그리 국민은행 비과세 고 눈이 녹지 않고 쌓이는 최소한의 높이(설선) 이상의 산에만 빙하가 생긴다. 쌓여 포개진 눈송이 간격이 좁아져 빙하가 되는데, 그 눈송이 틈 사이에 공기가 갇힌다.


빙하학자들은 원통형 드릴을 수직 방향으로 파 내려가며 ‘빙하 코어’를 채취한다. 1000m 이상(심부) 파 내려가 원통 모양의 빙하 새마을금고중앙회 관리직군 코어를 얻는다. 신진화 박사는 이 빙하 코어를 잘게 부수어 빙하 안에 있는 대기를 빼내고, 이 공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복원한다. 그 데이터로 과거 눈이 내릴 당시의 기후·환경을 추정한다. 현재까지 빙하학 연구자들은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 코어로 각각 80만 년, 12만 년 동안의 기후·환경을 연속적으로 복원해냈다. 빙하를 통해 과거 기후를 알 수 있다고 이스타항공 해서, 빙하학자들은 빙하를 ‘냉동 타임캡슐’이라 부른다.


신진화 박사는 이산화탄소를 ‘지구의 담요’라고 표현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지면 지구가 점점 더워진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면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야 하는데, 인류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특판금리 것은 1958년 이후부터다. 과거 기후 자료를 알아야 현재 수준이 어떤지를 알 수 있고, 나아가 미래 기후를 예측할 수 있다. 빙하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이유다.




약 2500m 깊이에서 시추한 빙하 코어 ⓒ신진화 제공

예식장 식대

빙하학은 1960년대에 시작된 학문이다. 빙하를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 연구를 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네다섯 나라에 불과할 정도로 연구자의 폭이 좁다. 국내 빙하학자도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빙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성 과학자는 신진화 박사가 유일하다.


학창 시절에 그는 지구과학을 좋아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지구과학 과목을 공부할 정도로. 대학에서도 지질학을 전공했다. 좋아하는 공부였지만 ‘연구’를 직업으로 삼는 건 꺼려졌다. 빙하학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중학교 때 닥친 IMF 외환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을 때였다. 그는 대학원 대신 대기업을 택했다. 그래도 뭔가 ‘졸업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학부 때 본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초미소 생물 플랑크톤 ‘남세균’을 다룬 다큐였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샤크만에 남세균의 퇴적물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다는 걸 알고는, 당시 전 재산 350만원을 들고 혼자서 샤크만에 다녀왔다.


대기업에서 4년 가까이 일했지만 마음의 갈등이 심했다. 지질학 대신 월급을 택했는데, 지질학이 자꾸 떠올랐다.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원서를 넣었다. 면접장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 군락지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합격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렇게 에둘러 지질학으로 돌아왔고, 내처 빙하학을 전공으로 삼아 프랑스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사랑니 빼고 합류한 빙하 시추 프로젝트

‘빙하학자는 북극·남극을 수시로 드나들지 않을까’ 싶지만 막상 그런 일은 흔치 않다. 연구 시간의 대부분을 연구소 안의 냉동고와 실험실 사이를 오가며 데이터를 얻고 분석하는 데 쓴다. 신진화 박사는 2023년 6월 그린란드의 땅을 처음 밟았다. 4주 동안 ‘그린란드 국제 심부 빙하 시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550m 깊이의 심부 빙하를 시추하는 12개국 공동 프로젝트였다. 캠프는 해발고도 2700m 이상에 있었다. 한 달을 머물기 위해 석 달을 준비했다. 높은 고도 탓에 치통이 극심해질 수 있다 해서 사랑니를 빼기도 했다.


얼굴이 퉁퉁 붓는 등 고산병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값진 경험을 얻었다. 일정한 깊이로 눈을 파고, 파내려간 눈 벽에서 연속적인 눈 시료를 얻는 ‘스노 핏’ 작업도 처음 해봤다. 극미량 원소 측정에 쓰이는 시료라 오염되면 안 된다. 캠프에서 2~3㎞ 떨어진 곳에 스노모빌을 타고 가 동료 한 명과 함께 신나게 ‘삽질’을 했다. 2.7m 깊이로 파서 2.5m 깊이의 눈 시료를 구했다. 또 한번은 20㎝의 눈 벽을 사이에 두고 이중으로 스노 핏 작업을 한 다음에, 눈구덩이 한 곳의 입구를 막고 그 안에서 벽면의 ‘눈 쌓임’ 흔적을 관찰했다. 2m 깊이의 층서(쌓인 순서)를 보고 최근 2~3년 동안의 기상 변화를 유추하기 위해서다.


신진화 박사는 “그곳(그린란드)은 하얀 색깔(눈)과 파란 색깔(하늘)만 존재하는 곳이다. 영하 20℃ 이하를 커버할 수 있는 아주 두꺼운 특수복과 자외선 차단력이 강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으면, 우주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만약 죽는 순간에 내 인생에서 가장 대단한 경험을 꼽으라면 1순위로 그린란드에서 보낸 4주를 꼽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진화 박사가 그린란드에서 수동 굴착기로 천부 빙하(200m 이내의 빙하)를 시추하는 모습 ⓒSepp Kipfstuhl 제공)



그는 프랑스에서 17만~13만 년 전 빙하기 동안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복원하는 일을 했다. 250년 단위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매일 냉동고에서 빙하 코어를 자르고 실험실로 이동하는 일을 반복했다. 연구가 공개되고 나면, 이렇게 구한 이산화탄소 농도 데이터는 고기후를 연구하는 전 세계 과학자가 함께 활용한다. 신 박사는 “(연구가 공개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던 17만 년 전의 대기 데이터를 나만 알고 있는 거 아닌가. 그때의 느낌과 연구할 때의 몰입이 무척 짜릿하다”라고 말했다. 신진화 박사는 ‘지구의 비밀을 세상에서 처음으로 쥐게 되는 빙하학자로 평생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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