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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파트 분양한다고 팔리겠습니까. 수도권에서도 중심 지역 아니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분양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건설업계가 올해 주택 공급계획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미분양이 우려되는 사업지는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한다는 방침입니다. 2000년 이후 25년 만의 최저치로 예상되던 분양 물량은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건설사 A사 관계자는 "공급계획이 다 나온 상황에서 계엄과 탄핵정국, 그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이 발생했다.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라며 "수요자 매수심리도 더 얼어붙어 공급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B사 관계자도 "지난 연말부터 복합적인 악재가 쏟아지면서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현금 유동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올해 사업 계획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건설사 C사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주택사업 비중을 줄일 방침"이라며 "분양이나 수주 모두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고 내다봤습니다.
수도권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주택 모형을 살피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자본 유동성이 대형 건설사보다 취약한 중견 건설사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중견 건설사 D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늘고 자금 회수가 늦어지면 부실 가능성이 커진다"며 "정상 사업장에서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주택 사업을 줄이기로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중견 건설사 E사 관계자 역시 "환율, 규제에 인건비까지 공사비는 오를 일만 남았다"며 "중견 건설사는 대부분 지방 사업장이고,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더 비싼 분양가로 팔 수 있겠느냐.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2104곳에 달합니다.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종합건설사도 394곳이 폐업 신고를 냈는데, 전년 대비 20.9% 늘었습니다. 부도로 이어진 건설사 역시 올 11월까지 27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16개월 연속 늘어나며 11월 1만8644가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4년4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특히 지방에만 1만4802가구가 몰려 전년 같은 기간 8376가구에 비해 76.7% 급증했습니다. 수도권도 3842가구로 규모는 적지만, 전년 2089가구 대비로는 83.9% 늘었습니다.
사진=한경DB
상황이 이러니 지방 수주전에서 등을 돌리는 건설사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물산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신가재개발조합에 사업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지역 분양 시장이 침체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사들이 '몸 사리기'에 들어가면서 올해 주택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가뜩이나 25년만 최저인 분양 물량이 더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은 14만6130가구로 전년 22만2173가구에 비해 34.2% 감소했습니다. 2000년 이후 최소 수준인데 실제로는 더 줄어들 전망입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획 대비 실제 분양된 물량은 약 80% 선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당초 계획 대비 분양률도 77.3%에 불과했습니다. 올해도 계획 대비 분양률이 80%대로 줄어든다면 실제 분양 물량은 11만~12만 가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분양 물량 감소는 약 2~3년 후 입주 물량 감소와 공급부족 장기화로 이어집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분양이 심하게 감소해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2026년부터 공급부족 문제가 심각해져 주택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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