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게임황금성 ╂ 파친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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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옹빛님영 작성일25-01-22 03:18 조회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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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게임검증 ㉭ 릴게임이란 ㉭㎉ 11.rhq291.top ♬외솔봉에서 교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 외솔봉 정상부는 거대한 암릉 구간이 많다. 고정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다.
"힐링하러 갈까?"
고인물처럼 잠잠한 단톡방에 돌멩이 하나 던지듯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조용했던 물고기 떼가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었다. 까톡까톡까톡!
"언제? 어디로? 코스는? 많이 춥겠지?"
쉴 새 없이 톡이 올라왔다. 지극히 즉흥적인 극'P' 성향인 나에 관해 잘 아는 지극히 계획적인 극'J'의 김효주가 절대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쉴 새 없이 후보지들을 올렸다. 나는 메뉴판에서 가장 맛깔스런 음식을 고르듯 그녀가 보낸 '링크'들을 하나씩 클 서브프라임다큐 릭해 열었다.
"오호~ 제천 외솔봉이 좋겠어."
무조건 예스 걸인 한예진도 동의했다. 바위 위에 텐트를 치고 석양이 비치는 청풍호를 바라보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멋지고 완벽한 메뉴였다. 하지만 외솔봉 원점회귀는 너무 짧았다. 들머리를 무암사로 잡고, 성봉, 작은동산, 외솔봉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현대차 임금협상 무암사 근처에는 남근석 방향과 장군바위 방향의 들머리가 있었다. 무암사에 갔다가 잠깐 걸어내려오다 보니, 장군바위로 가는 이정표가 있었다. 우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장군바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을이 한바탕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낙엽이 무성했다. 스틱으로 켜켜이 쌓인 낙엽 밑에서 발끝을 잡으려는 돌부리를 골라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도의 등고선을 보니 신한카드카드론이자율 촘촘하게 겹친 곡선 구간을 올라가야 장군바위를 만날 수 있었다. 등고선이 촘촘하다는 건 매우 가파른 경사라는 뜻이다.
무암사에서 성봉 오르는 길에 암릉구간이 즐비하다. 바위를 좋아하는 김효주씨와 한예진씨가 서로 잡아 주며 오르고 있다.
1년 예금 이자
어느새 우리는 그 된비알에 고꾸라질 듯 서 있었다. 가파르고 희미한 길 위의 낙엽은 아래로 쓸려내려 갈 만도 한데, 피자 위에 뿌려진 과한 토핑처럼 땅에 찰싹 붙어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이 미끌거렸다. 희미하게나마 이어지던 길은 어느새 사라졌다. 간간이 보이던 낡아빠진 시그널도 사라졌다. 또 심마니들의 세계로 들어선 것인 중도상환수수료 가? 이쯤 되면 우리는 길치 아니면 개척자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인증샷' 찍을 새 없어!
지도 앱을 열고 장군바위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무작정 직진했다. 너덜바위 지대가 나타났다. 물이 없는 계곡이었다. 앞서가던 효주가 너덜바위를 기어오르며 무심한 듯 외쳤다.
"언니! 산이 겁나 빡세요!"
외솔봉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생각하며 달려왔을 그녀였다.
"이래야 재밌지! 개척산행은 우리 특기잖아! 핫핫핫핫"
성봉에서 작은동산으로 하산하는 암릉구간. 계단이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어 하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안한 마음을 숨기려고 멋쩍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결국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얼마전 TMB를 다녀와 체력이 가장 좋은 막내 예진이가 선두에서 없는 길을 찾고 있었다. 아니 찾기보다는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었다. 가차 없이 따귀를 날리는 메마른 나뭇가지들을 방어하느라 스틱을 움켜쥐고 가드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배낭 무게 따위는 하찮아졌다. 몸만 성하면 된다 싶었다. 우리는 정말 '산'으로 가고 있었다. 예진이와 앞뒤로 번갈아 가며 길을 찾았다. 흔적이 나타났나 싶으면 또 사라졌다. 마침내 어딘가의 능선에 무사히 올라섰다.
시야가 트였다. 왼쪽으로 남근석 바위가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장군바위가 보였다. 지도를 보니, 우리는 길도 아닌 중간 어디쯤에 파란 점으로 존재했다. 결국 이 산을 찾은 모두가 인증했던 남근석도 장군바위와 낙타바위도 멀리서 휴대폰 렌즈로 확대해서 봐야 했다.
무암사에서 성봉 오르는 능선에서 바라본 남근석 바위(사진 왼쪽).
"우리가 뭐 인증하고 그런 백패커는 아니잖아? 핫핫핫"
막상 그 바위들에 가면 기어오르고 달라붙고 온갖 포즈로 인증샷을 찍을 거면서 괜히 허세 부렸다.
"맞아요~ 그 맨날 보는 바위들 또 찍어서 뭐 하게요! 우리는 산만 재밌게 타면 그걸로 된 거죠."
예진이가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서 우리는 최강'J'인 효주를 힐끗 쳐다봤다. 출발 전부터 블로그에서 찾아 둔 장군바위와 낙타바위 사진을 보여 주며 열심히 설명했기 때문이다.
"좀 더 가면 무쏘바위가 있어요. 그게 누운 남근석이래요."
우뚝 솟은 바위 다발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멋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멋드러진 소나무가 외솔봉의 상징이다. 외솔봉 이름의 주인이기도 하다.
효주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얘기했다. 효주는 언제나 그렇다. 덜렁대는 예진이와 나 사이에서 때로는 냉철하고 담담하게 중심을 잡아 주고, 때로는 우리 텐션에 맞춰 느슨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셋이 뭉치면 힘든 산행도 재미가 있다.
성봉까지 2km 거리를 2시간 반 넘게 걸려 올랐다. 새벽 6시부터 움직였는데, 이미 오후 3시였다. 이대로라면 '야등(야간 등산)'을 해야 한다. 작은동산까지는 하산길이었다. 지체된 시간을 여기서 만회해야 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걸었다. 절벽이 나타났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를 따라 불규칙한 철계단이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었다. 워낙 수직 계단이라 굵직한 고정 로프도 있었다.
한 명씩 천천히 내려갔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지만, 진땀이 났다. '작은동산'같이 아기자기한 이름의 코스에 이런 마라맛 구간이 있을 줄이야. 걸을수록 매력이 넘치는 코스였다. '바샥바샥…' 낙엽 밟는 마른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 무덤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분명히 시그널을 확인하면서 걸었는데, 루트에서 벗어난 것이다. '어디서 잘못된 거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결국 무쏘바위 마저 놓쳤다. 상관없었다. 야영장비가 있어서 걱정은 없었다. 다만 효주가 원하는 외솔봉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사방을 둘러봤다. 거대한 바위에 막혀 있거나, 거대한 바위를 뛰어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디서부터 벗어난 건지 확인하기 위해 배낭을 내렸다.
외솔봉 야영 실패
"여기서 기다려. 마지막 시그널에서 놓친 길이 있나 보고 올게."
스틱을 들고 내려왔던 길을 뛰어 올라갔다. 발밑은 스펀지처럼 말캉했다. 숨을 헐떡이며 50m쯤 올랐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언니! 예진이가 길 찾았어요!"
다시 내려가 배낭을 메고 또 올라올 생각에 까마득했는데, 다행이었다. 다시 낙엽을 가르며 뛰어 내려갔다. 거대한 바위 두 개 사이에서 좁은 틈을 용케 찾아낸 것이다. 앞선 예진이가 바위틈으로 모습을 감췄다. 효주와 나도 뒤따랐다. 바위틈에서 빠져나왔는데 예진이가 보이질 않았다.
'이 큰 바위 아래로 내려가서 안 보이는 건가?'
보통은 합류할 때까지 기다리는데,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바위에 가려진 듯했다. 바위 뒤쪽으로 내려가며 예진이를 크게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더 크게 불렀지만 역시 대답이 없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겁 많은 예진이가 혹시 길을 잃을까 봐 걱정이었다. 한 번 더 불렀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효주가 외쳤다.
"언니! 저쪽에서 예진이 소리나요!"
내 걱정과는 달리 예진이는 제대로 된 길을 앞서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낮은 언덕너머에 있어서 서로 소리가 닿지 않았던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혼자서 해외 원정도 다니고 길도 잘 찾는 녀석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싶어 미안했다.
"예진아, 이제 곧 해가 지니까 우리 너무 거리 두지 말자."
"네 언니!"
야영지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샷. 외솔봉 근처 암릉에서는 멋진 청풍호를 감상할 수 있다. 단 돌풍지수가 높을 때 암릉 절벽은 위험하기 때문에 조망을 포기하고 안전한 곳에서 야영하는 것이 좋다.
경직된 나와 달리 예진이는 평소처럼 경쾌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 덕분에 긴장이 좀 풀렸다. 미리 랜턴을 꺼냈다. 다행히 '작은동산' 이정표가 바로 나타났다. 이름에 걸맞게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졌다. 그제서야 우리는 평소처럼 농담을 주고받았다. 작은동산에서 거의 내려왔을 때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랜턴을 켜고 50m쯤 오르자 야영지가 나타났다.
불이 켜진 텐트 한 동이 있었다. 활짝 열린 텐트 안을 스치듯 봤다. 오래전부터 함께 백패킹을 다니는 오경석이었다. 느지막이 교리에서 올라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주 함께하지 못했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기상 어플을 보니, 새벽녘의 돌풍 지수가 높았다. 암릉 위는 위험해서 포기했다. 경석이 자리 주변에 텐트를 쳤다. 새벽부터 고생했던 이야기를 하느라 늦은 밤까지 떠들었다.
드론이 바람 때문에 전진하지 못할 정도로 강풍이 불던 밤. 안전한 숲 속에서 야영을 했다.
아직 어두운 새벽. 후두둑 비가 내렸다. 바람이 텐트를 흔들어 댔다. 간간이 멀리서 시작된 회오리 바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텐트를 휘젓고 사라졌다. 돌풍이었다. 날이 밝아지자마자 사이트를 정리했다. 경석이를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바위가 젖어 미끄러웠다. 돌풍은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거셌다. 원래 텐트를 피칭하려던 절벽 주변은 말 그대로 절경이었다. 하지만 돌풍을 감수할 만큼은 아니었다. 결국 효주가 원하는 낭만적인 외솔봉의 하룻밤은 없었다. 남근석과 장군바위, 무쏘바위와 함께한 인증샷도 없다. 감칠맛 나는 MSG 대신 '단짠맵'이 적절하게 가미되어 그럭저럭 맛깔스러운 종주가 완성됐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짠내 나는 외솔봉 이야기를 두고두고 곱씹을 것이다.
민미정 깨알 팁
<아무도 묻지 않아도 알려주고 싶은 정보>
산행길잡이
보통 교리를 들머리로 외솔봉에서 무암사 쪽으로 이동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이동했다. 무암사 쪽에는 들머리가 두 개 있다. 우리는 남근석 들머리와 장군바위 들머리 중간에 있는 작은 이정표(무암사에서 약 200m)에서 시작했다. 길이 험하고 가파르니 주의해야 한다.
남근석 코스
무암사에서 임도로 약 10m 내려오면 남근석 이정표가 있다.
장군바위 코스
무암사에서 임도로 약 700m 내려오면 이정표가 있다.
산행시간
첫째날
무암사 ~ 성봉 ~ 암릉 계단 ~ 작은동산 ~ 외솔봉
(알바구간 포함 거리 6.4km , 5시간 30분 소요)
둘째날
외솔봉 ~ 교리 주차장(거리 2.1km, 1시간 30분 소요)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힐링하러 갈까?"
고인물처럼 잠잠한 단톡방에 돌멩이 하나 던지듯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조용했던 물고기 떼가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었다. 까톡까톡까톡!
"언제? 어디로? 코스는? 많이 춥겠지?"
쉴 새 없이 톡이 올라왔다. 지극히 즉흥적인 극'P' 성향인 나에 관해 잘 아는 지극히 계획적인 극'J'의 김효주가 절대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쉴 새 없이 후보지들을 올렸다. 나는 메뉴판에서 가장 맛깔스런 음식을 고르듯 그녀가 보낸 '링크'들을 하나씩 클 서브프라임다큐 릭해 열었다.
"오호~ 제천 외솔봉이 좋겠어."
무조건 예스 걸인 한예진도 동의했다. 바위 위에 텐트를 치고 석양이 비치는 청풍호를 바라보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멋지고 완벽한 메뉴였다. 하지만 외솔봉 원점회귀는 너무 짧았다. 들머리를 무암사로 잡고, 성봉, 작은동산, 외솔봉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현대차 임금협상 무암사 근처에는 남근석 방향과 장군바위 방향의 들머리가 있었다. 무암사에 갔다가 잠깐 걸어내려오다 보니, 장군바위로 가는 이정표가 있었다. 우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장군바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을이 한바탕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낙엽이 무성했다. 스틱으로 켜켜이 쌓인 낙엽 밑에서 발끝을 잡으려는 돌부리를 골라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도의 등고선을 보니 신한카드카드론이자율 촘촘하게 겹친 곡선 구간을 올라가야 장군바위를 만날 수 있었다. 등고선이 촘촘하다는 건 매우 가파른 경사라는 뜻이다.
무암사에서 성봉 오르는 길에 암릉구간이 즐비하다. 바위를 좋아하는 김효주씨와 한예진씨가 서로 잡아 주며 오르고 있다.
1년 예금 이자
어느새 우리는 그 된비알에 고꾸라질 듯 서 있었다. 가파르고 희미한 길 위의 낙엽은 아래로 쓸려내려 갈 만도 한데, 피자 위에 뿌려진 과한 토핑처럼 땅에 찰싹 붙어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이 미끌거렸다. 희미하게나마 이어지던 길은 어느새 사라졌다. 간간이 보이던 낡아빠진 시그널도 사라졌다. 또 심마니들의 세계로 들어선 것인 중도상환수수료 가? 이쯤 되면 우리는 길치 아니면 개척자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인증샷' 찍을 새 없어!
지도 앱을 열고 장군바위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무작정 직진했다. 너덜바위 지대가 나타났다. 물이 없는 계곡이었다. 앞서가던 효주가 너덜바위를 기어오르며 무심한 듯 외쳤다.
"언니! 산이 겁나 빡세요!"
외솔봉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생각하며 달려왔을 그녀였다.
"이래야 재밌지! 개척산행은 우리 특기잖아! 핫핫핫핫"
성봉에서 작은동산으로 하산하는 암릉구간. 계단이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어 하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안한 마음을 숨기려고 멋쩍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결국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얼마전 TMB를 다녀와 체력이 가장 좋은 막내 예진이가 선두에서 없는 길을 찾고 있었다. 아니 찾기보다는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었다. 가차 없이 따귀를 날리는 메마른 나뭇가지들을 방어하느라 스틱을 움켜쥐고 가드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배낭 무게 따위는 하찮아졌다. 몸만 성하면 된다 싶었다. 우리는 정말 '산'으로 가고 있었다. 예진이와 앞뒤로 번갈아 가며 길을 찾았다. 흔적이 나타났나 싶으면 또 사라졌다. 마침내 어딘가의 능선에 무사히 올라섰다.
시야가 트였다. 왼쪽으로 남근석 바위가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장군바위가 보였다. 지도를 보니, 우리는 길도 아닌 중간 어디쯤에 파란 점으로 존재했다. 결국 이 산을 찾은 모두가 인증했던 남근석도 장군바위와 낙타바위도 멀리서 휴대폰 렌즈로 확대해서 봐야 했다.
무암사에서 성봉 오르는 능선에서 바라본 남근석 바위(사진 왼쪽).
"우리가 뭐 인증하고 그런 백패커는 아니잖아? 핫핫핫"
막상 그 바위들에 가면 기어오르고 달라붙고 온갖 포즈로 인증샷을 찍을 거면서 괜히 허세 부렸다.
"맞아요~ 그 맨날 보는 바위들 또 찍어서 뭐 하게요! 우리는 산만 재밌게 타면 그걸로 된 거죠."
예진이가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서 우리는 최강'J'인 효주를 힐끗 쳐다봤다. 출발 전부터 블로그에서 찾아 둔 장군바위와 낙타바위 사진을 보여 주며 열심히 설명했기 때문이다.
"좀 더 가면 무쏘바위가 있어요. 그게 누운 남근석이래요."
우뚝 솟은 바위 다발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멋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멋드러진 소나무가 외솔봉의 상징이다. 외솔봉 이름의 주인이기도 하다.
효주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얘기했다. 효주는 언제나 그렇다. 덜렁대는 예진이와 나 사이에서 때로는 냉철하고 담담하게 중심을 잡아 주고, 때로는 우리 텐션에 맞춰 느슨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셋이 뭉치면 힘든 산행도 재미가 있다.
성봉까지 2km 거리를 2시간 반 넘게 걸려 올랐다. 새벽 6시부터 움직였는데, 이미 오후 3시였다. 이대로라면 '야등(야간 등산)'을 해야 한다. 작은동산까지는 하산길이었다. 지체된 시간을 여기서 만회해야 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걸었다. 절벽이 나타났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를 따라 불규칙한 철계단이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었다. 워낙 수직 계단이라 굵직한 고정 로프도 있었다.
한 명씩 천천히 내려갔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지만, 진땀이 났다. '작은동산'같이 아기자기한 이름의 코스에 이런 마라맛 구간이 있을 줄이야. 걸을수록 매력이 넘치는 코스였다. '바샥바샥…' 낙엽 밟는 마른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 무덤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분명히 시그널을 확인하면서 걸었는데, 루트에서 벗어난 것이다. '어디서 잘못된 거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결국 무쏘바위 마저 놓쳤다. 상관없었다. 야영장비가 있어서 걱정은 없었다. 다만 효주가 원하는 외솔봉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사방을 둘러봤다. 거대한 바위에 막혀 있거나, 거대한 바위를 뛰어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디서부터 벗어난 건지 확인하기 위해 배낭을 내렸다.
외솔봉 야영 실패
"여기서 기다려. 마지막 시그널에서 놓친 길이 있나 보고 올게."
스틱을 들고 내려왔던 길을 뛰어 올라갔다. 발밑은 스펀지처럼 말캉했다. 숨을 헐떡이며 50m쯤 올랐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언니! 예진이가 길 찾았어요!"
다시 내려가 배낭을 메고 또 올라올 생각에 까마득했는데, 다행이었다. 다시 낙엽을 가르며 뛰어 내려갔다. 거대한 바위 두 개 사이에서 좁은 틈을 용케 찾아낸 것이다. 앞선 예진이가 바위틈으로 모습을 감췄다. 효주와 나도 뒤따랐다. 바위틈에서 빠져나왔는데 예진이가 보이질 않았다.
'이 큰 바위 아래로 내려가서 안 보이는 건가?'
보통은 합류할 때까지 기다리는데,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바위에 가려진 듯했다. 바위 뒤쪽으로 내려가며 예진이를 크게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더 크게 불렀지만 역시 대답이 없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겁 많은 예진이가 혹시 길을 잃을까 봐 걱정이었다. 한 번 더 불렀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효주가 외쳤다.
"언니! 저쪽에서 예진이 소리나요!"
내 걱정과는 달리 예진이는 제대로 된 길을 앞서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낮은 언덕너머에 있어서 서로 소리가 닿지 않았던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혼자서 해외 원정도 다니고 길도 잘 찾는 녀석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싶어 미안했다.
"예진아, 이제 곧 해가 지니까 우리 너무 거리 두지 말자."
"네 언니!"
야영지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샷. 외솔봉 근처 암릉에서는 멋진 청풍호를 감상할 수 있다. 단 돌풍지수가 높을 때 암릉 절벽은 위험하기 때문에 조망을 포기하고 안전한 곳에서 야영하는 것이 좋다.
경직된 나와 달리 예진이는 평소처럼 경쾌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 덕분에 긴장이 좀 풀렸다. 미리 랜턴을 꺼냈다. 다행히 '작은동산' 이정표가 바로 나타났다. 이름에 걸맞게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졌다. 그제서야 우리는 평소처럼 농담을 주고받았다. 작은동산에서 거의 내려왔을 때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랜턴을 켜고 50m쯤 오르자 야영지가 나타났다.
불이 켜진 텐트 한 동이 있었다. 활짝 열린 텐트 안을 스치듯 봤다. 오래전부터 함께 백패킹을 다니는 오경석이었다. 느지막이 교리에서 올라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주 함께하지 못했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기상 어플을 보니, 새벽녘의 돌풍 지수가 높았다. 암릉 위는 위험해서 포기했다. 경석이 자리 주변에 텐트를 쳤다. 새벽부터 고생했던 이야기를 하느라 늦은 밤까지 떠들었다.
드론이 바람 때문에 전진하지 못할 정도로 강풍이 불던 밤. 안전한 숲 속에서 야영을 했다.
아직 어두운 새벽. 후두둑 비가 내렸다. 바람이 텐트를 흔들어 댔다. 간간이 멀리서 시작된 회오리 바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텐트를 휘젓고 사라졌다. 돌풍이었다. 날이 밝아지자마자 사이트를 정리했다. 경석이를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바위가 젖어 미끄러웠다. 돌풍은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거셌다. 원래 텐트를 피칭하려던 절벽 주변은 말 그대로 절경이었다. 하지만 돌풍을 감수할 만큼은 아니었다. 결국 효주가 원하는 낭만적인 외솔봉의 하룻밤은 없었다. 남근석과 장군바위, 무쏘바위와 함께한 인증샷도 없다. 감칠맛 나는 MSG 대신 '단짠맵'이 적절하게 가미되어 그럭저럭 맛깔스러운 종주가 완성됐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짠내 나는 외솔봉 이야기를 두고두고 곱씹을 것이다.
민미정 깨알 팁
<아무도 묻지 않아도 알려주고 싶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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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교리를 들머리로 외솔봉에서 무암사 쪽으로 이동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이동했다. 무암사 쪽에는 들머리가 두 개 있다. 우리는 남근석 들머리와 장군바위 들머리 중간에 있는 작은 이정표(무암사에서 약 200m)에서 시작했다. 길이 험하고 가파르니 주의해야 한다.
남근석 코스
무암사에서 임도로 약 10m 내려오면 남근석 이정표가 있다.
장군바위 코스
무암사에서 임도로 약 700m 내려오면 이정표가 있다.
산행시간
첫째날
무암사 ~ 성봉 ~ 암릉 계단 ~ 작은동산 ~ 외솔봉
(알바구간 포함 거리 6.4km , 5시간 30분 소요)
둘째날
외솔봉 ~ 교리 주차장(거리 2.1km, 1시간 30분 소요)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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