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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이 트랙터를 몰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광저로 향하다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가로 막혀 밤새 대치한 다음날인 22일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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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장 발 빠르게 참여한 집단은 ‘2030 여성’이다. 농민 집회와 거리가 먼 것 같은 이들은 왜 남태령을 향했을까. 22일 시위 현장에서 만난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식을 공유”하고, “커뮤니티에서 키운 정의감을 바탕” 삼아 “내 편을 지키고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기꺼이 응원봉을 들고 남태령역을 향했다고 말했다. 창원 아파트 전세

“라방(라이브 방송)에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이 나왔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온 회사원 엄승원씨(32)는 “(21일 밤에) 한숨 자고 나면 모든 일이 다 끝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농민 트랙터가 경찰 차벽을 허문 뒤 광화문에 도착할 줄 알았다. 동생 엄승윤씨(30)가 “가야 하 제2금융권학자금대출추천 는 것 아냐?”라는 물음에 “내일 아침에 다시 보자”고 달랬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엄승원씨(32·오른쪽)와 동생 엄승윤씨(30)가 22일 오전 서울 남태령역 인근에버 벌어진 이른바 ‘남태령 대첩’에서 ‘윤석열 체포’와 ‘국민의 힘 해체’라고 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운용사 오동욱 기자


엄씨가 22일 아침 유튜브 라이브방송과 X(구 트위터)에서 본 건 “2024년에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폭력적 장면들”이다. 트랙터 유리창이 파손됐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를 연행했다. 견고한 차벽에 막힌 시민들이 길 위에 떨고 있었다. 그는 “집회 ‘신고’도 돼 있고 차선 하나만 기숙사 생활 내주면 되는 일인데 경찰이 길을 막는 게 과연 합법적이냐”며 “화가 치밀어 부랴부랴 (남태령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에 사는 강채원씨(33)도 엄씨와 같은 마음으로 남태령역을 향했다. 강씨는 “X로 현장 영상을 본 뒤 밤새 라이브 방송을 보다 첫차를 타고 남태령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인 2008년 미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대학생 때인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를 거치며 시위 인원이 많을수록 진압이 폭력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했다. 그는 “살수차에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일이 마음의 빚”이라며 “어떻게든 농민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회사원 강채원씨(33)가 22일 서울 남태령역 인근에서 열린 ‘남태령 대첩’서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과 행진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이들은 이삼십대 여성의 높은 시위 참여도는 ‘덕질’(팬 활동)로 단련된 트위터 등 SNS 활용능력 덕분이라고 했다. 덕질을 위한 플랫폼인 트위터 특성상 소식을 더 빨리 접했다고 말한다.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팬인 강씨는 “이삼십대 여성이라면 사실 한 번쯤을 덕질을 했을 것”이라며 “내 가수가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서 노래하길 바라서 다들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온라인 커뮤니티)는 덕질뿐만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함을 꺼내고 나누는 곳”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는 정모씨(20·2학년)와 신연수씨(21·3학년)는 22일 오후 7시쯤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인근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었다. 몸에 크리스마스 장식용 전구를 두르고 있던 정씨는 “크리스마스가 3일밖에 안 남아서 기분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며 ‘인간 트리’를 자처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이삼십대 여성의 연대감이 트위터나 커뮤니티에서 키워온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정씨는 “커뮤니티와 트위터는 덕질만 하는 곳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를 꺼내고 나누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와 X를 통해 사회적 의견·정보를 공유하면서 나름의 정의감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이날 트위터에 공유된 남태령 고개 사태도 하나의 사례로 꼽았다. 신씨는 “원하는 것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어도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는 것, 윤석열 탄핵을 바라는 뜻은 같다”며 “저희 편이 공격당하는데 가만있을 수 있냐”고 말했다. 이어 “남태령 전까지는 농민들이 경찰의 엄호를 받으며 행진을 했는데, 서울 경찰만 특별히 남태령에서 이들을 제지했다”며 “부조리한 공권력 사용을 참지 못하고 나온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려울수록 더 나와야 한다. 함께하면 덜 무서우니까”

‘행운을 주는 검은 고양이 연합’ 깃발을 들고 남태령 대첩에 참여한 성윤서씨(22)는 “이번에는 시위에 나가면 정말 다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차벽을 좁히고 있다’ ‘진압 강도가 이전과 다르다’는 소식이 X를 통해 이어졌다고 했다. 성씨는 “두려울수록 오히려 더 시위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남태령역에 왔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와야만 함께하는 사람들을 눈으로 보고, 그제야 두려움을 떨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깃발을 들고 선 남태령역 4번 출구 주변에는 성씨처럼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이삼십대 여성들이 많았다. 그는 이들 여성의 높은 시위 참여도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저는 젠더퀴어라서 이삼십대 여성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사실 이삼십대 여성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있었다”며 “유독 이삼십대 남성이 안 보이면서 이제야 보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성씨는 이어 “여성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다양한 소수자들이 있다”며 “늘 거기 존재했는데 가려졌던 사람들이 더 도드라지는 게 어쩌면 이번 시위의 특징일 거 같다”고 말했다. 시위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곳이고 지금 상황은 소수자일수록 쌓인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장애인 이동권, 성 소수자 인권 등 윤 정부 들어 소수자 기본권이 더 퇴보했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성씨는 “시위에서 드러나는 사람의 면면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진보한 것”이라며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가려져 있는 사람들이 주목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오동욱 기자 5dong@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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