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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이 집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지난해 12월3일 선포하고 난 이후 무너지기 일보 직전 상태로 갔던 보수 세력이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월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난 이후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그리고 국회에 투입되었던 계엄군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으로 몰리고 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기억한다면 이번 탄핵 정국에서 보수 기반 붕괴는 당연한 수순으로 인식될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 코르테즈 기간 만료일인 1월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그러나 달랐다. 우선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85명의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국민의힘에서 탄핵소추안 찬성을 주도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별다른 영향력도 자녀교육비공제 행사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이어 새 원내 사령탑에 오른 인물은 권성동 원내대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선 권 원내대표가 국회 탄핵소추단을 이끌며 주도했지만 이번 탄핵 국면에서는 지난번과 정반대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이쯤 되면 당 지도부가 친윤 조직으로 되돌 주님만이나의 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지체 없이 발부했다. 체포영장 집행이라는 진영 간 대치 국면 속에서 7년 전 탄핵 과정과 다르게 보수층은 결집하고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1월3~4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위드캐피탈 '윤석열 대통령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를 나타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60%로 집계됐다. 전체 여론조사 결과로는 '매우 지지한다' 31%, '지지하는 편이다' 9%, '지지하지 않는 편이다' 4%.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 56%로 나타났다. 이 조사가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 즉 대통령 탄핵 정국에 우리은행저소득전세자금대출 실시되었고 40%나 되는 긍정 지지율이 나온 점, 일반적인 국정수행 평가나 지지율 조사와 다른 질문 방식을 지적받고 있다.



2017년 '탄핵 찬성' 권성동, 정반대 행보
그리고 의뢰 기관에 대한 신뢰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는 추세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연령별 긍정평가는 20대(만 18세 이상)가 37%, 30대 36%, 40대 26%, 50대 39%, 60대 40%, 70대 61%로 나타났고 지역별 긍정평가는 대구·경북 47%, 부산·울산·경남 44%, 인천·경기 44%, 서울 40%, 강원·제주 40%, 대전·세종·충청 38%, 광주·전라 11% 순으로 나왔다(그림①). 보수층의 핵심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절반 가까운 긍정 지지율이 나타났다는 점이 상징적인 보수층 결집으로 풀이된다.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대통령 긍정 지지율과 거의 비슷한 36%로 나타났다. 민주당 39%, 조국혁신당 7%,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타 정당 3%, '지지 정당 없음'은 10%, '잘 모름'은 1%로 나타났다. 연령별 정당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은 18~29세 30%, 30대 30%, 40대 23%, 50대 38%, 60대 40%, 70세 이상 54% 지지율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18~29세 37%, 30대 41%, 40대 50%, 50대 38%, 60대 39%, 70세 이상 25%로 집계됐다. 20~40대에선 민주당이 앞서고 50대와 60대에선 두 정당이 거의 비슷한 결과로 나왔다. 7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이 앞서는 수치다.
지역별로 볼 때 주목할 곳은 인천·경기다. 대체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36%, 국민의힘 39%로 팽팽한 결과다.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32%, 민주당 38%의 지지율로 나타났다(그림②). 전체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조금 앞서는 정당 지지율이더라도 탄핵심판 정국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지지층이 최대한 결집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탄핵과 다르게 이번 탄핵 정국에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첫 번째 이유는 '보수층의 학습에 따른 트라우마'로 분석된다. 2017년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 탄핵이 인용되고 난 이후에 실시된 3차례의 전국적인 선거에서 보수 기반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2020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계속됐다.
보수층이 결집하는 더 결정적인 이유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에서 1년 징역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에 대한 보수층의 경계심은 실질적으로 매우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오죽하면 탄핵 정국에 내걸린 상당수의 보수 성향 현수막에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보수층 집결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반응은 어떻게 나타날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1월1일부터 8일까지 이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범죄' '체포' '혐의' '비판하다' '불법' '의혹' '혼란' '위반' '고발하다' '참사' '논란' '부정선거' '우려' '꼼수' '위기' '파괴' '허위사실' '일방적' '신속하다' '희망' '유감' '의심' '수괴' '위법' '명예훼손' '폭주' '저항' '적합' '정상적' 등으로 나왔다(그림③).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만 놓고 보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고 있는 중심에 이재명 대표가 서 있는 모습이다. 정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보수층이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 정서로 뭉치는 경향은 뚜렷해 보인다.
그러나 보수층 결집에서 보수 세력이나 국민의힘이 결코 안도할 수 없는 치명적 이유가 있다. 정치적인 공황 상태에서 보수층이 결집하고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처럼 당이 속절없이 와해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탄핵 찬반 의견이 쪼개져 있다는 사실은 극복되지 않는다. 즉 근본적으로 탄핵 정국은 해소되지 않고 전체적인 여론은 시나브로 악화일로에 놓이게 된다는 얘기다.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운명은 이전과 동일하다. 말하자면 지금 보수층 결집은 보수층에 양날의 칼이다. 여론조사 수치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민심이 향하는 방향을 좇아야 한다. 민심이 천심이고 천심이 민심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