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민세상 수상자 선정] 학술 연구 부문 -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1891~1965·사진) 선생의 민족 통합 정신을 기리는 ‘민세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강지원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장)는 지난달까지 시민 사회 단체, 학술 단체, 지자체, 대학 등을 대상으로 민세상 후보자를 추천받았다.민세상 심사위원회는 강지원 위원장과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상 사회 통합 부문),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이진한 고려대 교수, 김기철 조선일보 학술전문기자(이상 학술 연구 부문)로 구성됐다. 심사위원회는 사회 통합 부문에 사단법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를, 학술 연구 부문에 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를 수상자로 결정했다.“제 생일은 1945년 8월 15일입니다.” 일왕이 항복 방송을 하기 전 아침나절에 조광(76)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가 태어났다고 한다. “해방(解放)이라는 것은 리버티(liberty), 그러니까 자유(自由)의 다른 말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역사적 전환기에 태어났고, 이제 새로운 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관념이 제 평생을 지배했던 것 같습니다.”제12회 민세상 학술연구 부문 수상자인 조광 교수는 조선시대사를 전공한 국내 대표적 역사학자다. 그는 천주교 신자로 가톨릭대에 진학했다가 ‘신학보다는 역사가 더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에 진로를 바꿔 고려대 사학과에 입학했다. 그 무렵 민세 안재홍의 고대사 저술 ‘조선상고사감’을 읽었다. “역사가 꼭 과거를 다루는 학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민세의 역사학은 그가 살았던 암울한 시대를 극복하고, 궁극적 독립과 문화적 자존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죠.”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민세 안재홍 선생의 열린 민족주의는 민족 동질성 회복과 화해가 과제인 지금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그는 현재 우리 학계에서 민족주의를 이미 낡은 이론처럼 여기는 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아직도 분단 상황인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민족주의와 자본주의의 조화가 꼭 필요합니다.” 민족의 동질성을 되찾고 화해를 이루기 위해 민세가 꿈꿨던 ‘열린 민족주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이 민세상을 받은 것에 대해선 “민망하고 겸연쩍다”고 했다.조 교수는 조선 후기사와 한국천주교사, 실학, 안중근 연구 등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 왔다. ‘조선후기 사회의 이해’ ‘조선후기 천주교사 연구’ 등 저서 10여 권과 논문 140여 편을 썼다. 처음 다른 사람들의 천주교 연구가 순교 중심인 것에 아쉬워 “나는 ‘삶’을 밝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연구가 깊어지면서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조선 후기의 사회사상사까지 영역이 넓어졌다고 했다.그가 보기에, 조선 후기는 정치 제도와 사회 제도에서 상당히 정교한 시스템을 갖춘 시대였다. 그러나 성리학을 바탕으로 한 이 ‘효율적인 신분제’는 결국 조화로운 인간 관계를 어렵게 했고, 개인의 인격과 양심의 존재를 발견해 평등성에 대한 요구를 했던 것이 천주교였다. “당시 유럽 역시 평등하지 않은 사회였지만, 유럽에서 조선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역사적 경험이 아니라 성경 속의 평등을 가르쳤던 것입니다.”정약용 등 그의 실학 연구는 민세의 ‘조선학 운동’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학은 예전처럼 꼭 근대 지향적 사상으로 규명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성리학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새롭게 생각하며 조선 왕조의 성리학 중심 체제에 대한 보완책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합니다.”한국사연구회장과 한국고전문화연구원장 등을 지낸 조 교수는 2017년부터 지난 3월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냈다. “국편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구술사 정리와 6·25 자료 목록집을 기획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앞으로 지배층이 아니라 일반 백성들의 시각에서 보는 사상사를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심사평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조선시대를 연구한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학자로서, 조선후기사와 한국천주교회사, 안중근 연구 등에서 방대하고 탁월한 업적을 남겼고 한국사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특히 민세 안재홍 선생의 조선학 운동 실천의 뜻을 이어 ‘다산 정약용의 민권의식 연구’ 등의 논문을 집필하며 조선 후기 실학 재조명에 힘썼다.